점·선·바람·조응·대화…이우환 연작 8점 새 주인 찾는다

서울옥션, 17일 경매서 출품
박수근 후기작 '노상' 첫 공개
오는 17일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되는 이우환의 1980년작 ‘점으로부터’. 서울옥션 제공
1970년대의 점과 선, 1980년대의 ‘바람’,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조응’ ‘대화’ 연작 등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의 역대 시리즈를 망라한 작품 8점이 오는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나온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와인빛 ‘Dialogue’(대화)다. 2015년에 작업한 이 작품은 절제된 붓 터치로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을 이루는 붉은 점이 하얀 여백과 대조를 이루면서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여백까지 회화의 일부가 됐다는 평을 듣는다. 이우환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와인 레이블을 제작하는 샤토 무통 로칠드의 2013년 빈티지 레이블 아티스트로 선정돼 협업했다. 경매 추정가는 4억5000만~6억원.1980년작 ‘점으로부터’는 추정가 3억7000만~6억원에 나왔고 ‘선으로부터’는 1978년작(추정가 3000만~6000만원)과 1981년작(추정가 별도) 두 점이 출품됐다. 1987년과 1990년에 만든 ‘바람과 함께’는 각각 1억4500만~2억원과 5억2000만~7억원에, 1997년작 ‘조응’은 1억2500만~1억7000만원에 나왔다. 두 가지 낯선 사물의 배치를 통해 형성된 관계성을 보여주는 설치작품 ‘관계항’(추정가 6000만~1억5000만원)도 출품됐다.

이번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이우환의 작품을 비롯한 현대 미술품과 고미술품, 건축물 등 150점, 약 120억원어치가 새 주인을 찾는다. 한국적 정서가 담긴 인물, 풍경, 정물 등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박수근(1914~1965)이 타계하기 2년 전에 작업한 ‘노상(路上)’은 이번 경매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세로로 긴 화면을 2단으로 나눠 여인들을 그린 이 작품은 박수근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고통을 딛고 완성했다. 직각의 팔 모양이나 직선의 윤곽선 등 절제되고 단순화한 선이 박수근 특유의 화풍을 확인시켜 준다. 그동안 미국에 있다가 이번에 돌아왔다. 추정가는 3억5000만~7억원.

건축물도 보기 드물게 경매에 나왔다. 최정화 박기원 등 7명의 현대미술 작가가 건축 디자인 및 설계작업에 참여해 공간을 구성한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논밭예술학교’다. 경사진 산의 지형적 특성을 살리면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 건축물로, ‘논’과 ‘밭’이라는 두 개의 갤러리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한편 예술, 생태, 문화 전반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왔다. 추정가는 30억~40억원.이 밖에 희소성과 보존상태가 뛰어난 18세기 백자청화화조문호(추정가 6억~9억원)와 13세기 고려시대 청동 범종 등도 눈길을 끈다. 프리뷰는 17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전시장 및 논밭예술학교 가상현실(VR) 영상도 볼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