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도 뛰어들어…더 좁아진 취업門

입사 경쟁률 두배 이상 높아져
경력 없는 취준생들은 불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지자 실직하고 다시 채용시장에 유입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에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으로 입사한 사람을 ‘중고신입’이라고 하는데, 취준생으로선 가뜩이나 좁아진 채용시장에서 중고신입과도 경쟁해야 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는 “중견기업 수습 생산직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수출이 막히며 회사에서 잘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회사가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글도 있다.

적은 연봉, 자신과 맞지 않는 직무·기업문화에 불만을 갖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

전남 나주의 공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0)는 “일단 취업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가리지 않고 지원하다 보니 이 회사에 왔지만 분위기나 연봉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주말에 시간을 내 인터넷 강의도 듣고, 온라인 스터디도 하면서 공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5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직장을 다니며 다른 회사에 지원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중고신입 등장이 높은 경쟁률로 이어져 신입 구직자의 설 곳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중고신입의 경우 1~2년 쌓은 실무경험은 경력직으로 지원하긴 부족하나,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과 경쟁할 때는 메리트가 될 수 있다. 경력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2년째 취업준비 중인 허모씨(26)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도 실무경험을 어필할 수 있는 데다 합격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합격하는지 잘 알 것 아니냐”며 “경력이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사담당자 역시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고, 이전 회사 정보도 알고 있는 중고신입을 선호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중고신입이 직무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현실적인 답변’은 면접에 유리할 수 있다”며 “회사생활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기업에서 중고신입을 무조건 선호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 정보기술(IT)기업 인사담당자는 “중고신입은 경력이 강점이기도 하지만 ‘한 번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두 번은 안 하겠냐’는 이미지도 있다”며 “이전 회사의 기업문화에 익숙해져 오히려 적응이 느릴 수도 있다”고 했다.

김남영/양길성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