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우 신임 성균관장 "제사 간소화·孝 재해석…유교도 변해야죠"

옛것만 고집해선 국민과 괴리
세태 변화 맞춰 인성교육 강화

"요즘 시대에 맞는 효도 등
개혁 방안 조만간 내놓을 것"
“솔직히 유교(儒敎) 문화가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한마디로 뒤처진 거죠. 유교도 시대 변화에 맞게 개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손진우 신임 성균관장(84·사진)은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우수한 전통도 고지식하게 옛것만 고집하면 소위 ‘꼴통’이 된다”며 현대 사회에 맞는 유교의 혁신을 강조했다. 성균관은 국내 유림 사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천주교·불교·개신교 등과 함께 7대 종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유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장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유교의 현실을 지적하며 유림 사회 내부로부터의 혁신을 주문한 것이다.지난달 28일 신임 성균관장으로 취임한 손 관장은 취임사에서 “유교의 이념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관장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다. 유교 이념은 이미 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데 어떻게 기여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손 관장은 “현대 문명에 맞는 인성 교육에 힘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효(孝)’ 사상을 예로 들었다. 손 관장은 “개인주의가 만연해 부모와 노인에 대한 공경 의식이 많이 희미해졌다”며 “현대 사회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가치인 ‘효’를 지키기 위해 전통적인 효도 개념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에 맞는 효도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본래 유학에서는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부모와 어른을 끝까지 섬겨야 한다고 하지만, 핵가족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엔 불가능한 지침”이라며 “부모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주 연락하며 섬기는 방향으로 재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 관장은 제사 역시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복잡한 제사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면 머지않아 제사 문화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유림 사회가 나서서 제사 절차를 간소화해 국민에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성 교육, 제사 간소화 등과 같은 자구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을 유림 사회에서 논의해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손 관장은 박사학위 소지자다. 유학(儒學) 관련 학위가 아니다. 2015년 79세 나이에 북한대학원대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년이 지난 2017년 성균관대에서 유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성균관장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금은 유학 석사과정 휴학계를 제출한 상태다. 손 관장은 “일관성 있는 행보는 아니었다”고 웃으며 말하면서 “그때그때 환경에 따라 배우고 싶은 것에 집중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