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하는 국회' 외치기 전에 국회 싱크탱크 제언부터 경청해야

‘입법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우리 사회가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들에 대해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상속세를 비롯한 세제 전반의 개선과 수도권 규제완화가 그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오랜 기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두 이슈에서 21대 국회가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상속세를 세제 개선의 ‘1순위 과제’로 제시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가 탈세 조장과 가업 승계 방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 비중(2018년 기준 0.9%)이 낮다는 점도 인하가 가능한 이유로 꼽혔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다. 사회적 합의 도출은 정치의 기본 역할이라는 점에서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검토를 촉구한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등도 마찬가지다.수도권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눈길을 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중복 규제, 수도권 도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과잉 규제를 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의체가 구성돼 규제 개선을 이끌어내도 최종적으로는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치·경제·사회 현안을 집중 분석하고 널리 알려 정책을 입법화하도록 지원하는 게 설립 목적이다. 이런 국회의 싱크탱크가 제 역할을 하고 여야가 적극 활용한다면 정부가 그 많은 관변연구소를 거느릴 필요도 없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연구를 통해 아무리 건설적인 제언을 해도 여야가 무시해버리면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입법과정에서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입법조사처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진정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면 여야는 자신들이 만든 싱크탱크의 제언부터 경청하고 입법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