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단감염 동시다발 양상…감염고리 차단전 이미 새 고리

리치웨이 '감염고리' 벌써 4개…탁구장 감염, 삼성전자까지 퍼져
다음 환자 발생까지 평균 3일 소요…역학조사 늦어지면 추가전파
"확진자 검사받기까지 시간 지연…인지 속도 빨라져야 전파차단"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방역당국이 감염고리 차단에 애를 먹고 있다.어느 한 집단에서 발생한 감염이 해당 집단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집단으로 퍼져나가면서 연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감염 고리를 추적해 차단하는 방역당국의 속도보다 새로운 고리가 생기는 속도가 훨씬 빠른 셈이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소재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은 이미 최소 4개 집단의 무더기 확진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방역당국이 현재 추가로 연관성을 조사중인 다른 집단도 있어 전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리치웨이발(發) 누적 확진자는 전날 낮 12시 기준으로 93명이다.

이는 서울 구로구 중국동포교회 쉼터(8명), 경기 성남시 방문판매업체인 엔비에스 파트너스(6명), 서울 강남구 명성하우징(5명), 서울 강서구 SJ투자회사 콜센터(8명) 확진자를 포함한 수치다.여기에다 인천시 연립주택 일가족 5명이 확진된 사례, 또 협력사 직원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서울 동작구 SK브로드밴드 사례도 리치웨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방역당국이 현재 연관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두 건도 리치웨이 관련으로 최종 확인되면 누적 확진자는 지난 2일 70대 남성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열흘도 안 돼 100명에 육박하게 된다.

양천구 탁구장발 집단감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탁구장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은 탁구장 방문자가 예배를 본 경기 용인시 큰나무교회로, 이어 경기도 광명어르신보호센터로 진행된 상태다.

특히 탁구장발 감염은 다른 경로를 타고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으로까지 번졌다.

경기도에 따르면 탁구장을 방문했던 송파구 강남대성학원 구내식당 20대 조리사(수원 70번 환자)의 부모가 전날 추가로 감염됐는데 어머니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청소용역업체 직원으로 확인됨에 따라 연구동 등 관련 시설이 긴급 폐쇄됐다.

앞서 지난달 초 발생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인천 학원강사→학원강사 제자→택시기사(프리랜서 사진사)→부천 돌잔치 참석자→서울 일루오리(식당) 방문자→서울 이가네 곱창 방문자→가족 구성원으로 무려 7차 감염으로까지 이어졌던 만큼 리치웨이와 탁구장의 'n차 감염'도 앞으로 더 퍼져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리치웨이 집단감염의 경우처럼 여러 집단으로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거나, 탁구장발 전파사례와 같이 순차적으로 n차 감염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한 환자가 생기고 그다음 환자가 발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세대기'가 평균 3일이다.

방역당국이 감염자를 인지하고, 모든 접촉자 조사를 벌이기엔 촉박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감염이 됐어도 증상이 없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환자가 많아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세대기 안에서 접촉자를 격리하지 못하면 이미 2차, 3차 전파가 일어난 상황에서 환자를 인지하게 된다"며 "그 부분(감염자가 진단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상당히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데 (확진자) 인지 속도가 빨라져야 추가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국민 개개인이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전파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바이러스 자체가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퍼진다는 뜻이 아니라 결국 사람 간 접촉이 많다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이고 증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진단검사를 받아야 방역 당국이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