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아아' 전파한 뜨거운 민족, 1조원 편의점 커피도 '아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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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기자의 편의점 커피생활편의점 커피 시장은 1조원을 넘는다. 한 점포에서 판매하는 커피 품목은 평균 120개. 최대 160가지 커피를 파는 곳도 있다. 한국인 2명 중 1명은 커피를 편의점에서 즐긴다. '가격 경쟁'을 하던 편의점들은 올해 본격적인 '품질 경쟁'에 돌입했다. 마음대로 만들어 먹는 '모디슈머'들은 편의점 커피에 열광한다. 각 재료를 조합해 '나만의 커피'를 만들고 레시피를 공유하는 재미에 빠졌다. 편의점 커피의 모든 것을 연재한다. 편의점 커피로 별다방, 콩다방 못지 않은 맛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비법도 준비했다.
1조원 넘어선 편의점 커피시장
24시간 문 열고 '내맘대로' 조합
500원짜리 얼음컵 하나로 '아아' 제조
샷 추가 자유롭게…"바리스타 된 기분"
에너지 드링크, 사이다, 바나나우유 섞기도
1조원 넘어선 편의점 커피 한국인은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민족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 여행 중 "아이스 커피를 달라"고 하면 다들 갸우뚱했다. 에스프레소 잔과 얼음 몇개가 든 물컵을 따로 내놓는 게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다르다. 따뜻한 커피만 마시던 유럽 사람들도 얼음을 잔뜩 넣은 커피를 내놓는다. 열정적인 한국인이 '아아'를 유럽에 전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스타벅스의 연중 판매량 1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전체 판매 비중에서 아이스(63%)가 핫(36%)을 압도한다.
요즘 편의점 커피의 성장을 이끄는 것도 '아아'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캔과 페트병 등 바로 마시는 커피는 편의점에서 2016년 1조3200억원에서 지난해 1조5900억원으로 커졌다. 즉석 원두커피 기기로 내려먹는 편의점 커피 시장도 3000억원 규모. 절반 이상이 아이스로 팔린다. 편의점이 1020 커피 마니아들의 성지가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커피전문점이 문 닫은 심야 시간대 등 24시간 마실 수 있다는 점, 레시피만 잘 알면 내 마음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 4사의 '최고 커피' 조합은
편의점 4사에서 최상의 조합으로 '아아'를 즐기는 방법을 알아봤다. 500원짜리 얼음컵은 필수다. 이 컵만 있으면 레시피가 무한 확장된다. 팩 포장된 액상 원두 커피 원액을 뜯어서 붓거나, 원두커피 기기에서 에스프레소 샷을 뽑아 얼음컵에 붓고 물을 부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완성된다. 원액은 1000~1500원 수준이기 때문에 2000~2500원이면 근사하게 '편의점 아아'를 즐길 수 있다. 커피 레시피는 요즘 라면 레시피보다 더 많다. 100% 셀프 제조해야 하는 편의점 레시피 중 요즘 가장 인기 많은 조합은 뭘까.
GS25에서는 '바나나우유'나 '달고나우유'에 에스프레소 샷을 넣어 라떼로 마시는 방법이 뜨고 있다. 얼음컵에 바나나우유(또는 달고나우유)를 넣고 에스프레소 2샷을 추가한다. 아메리카노에 복숭아 아이스티 가루나 원액을 소량 넣어 아메리카노의 쓴맛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잠을 더 확 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조합도 있다. '얼음컵+에스프레소+에너지드링크'다. 이마트24에서는 커피 담당자들 사이에 '카페 라 샤워'가 화제다. 우아한 이름때문에 만들기도 어렵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조법은 의외로 쉽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얼음컵에 내린 후 사이다를 부으면 끝. 청량감을 갖춘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식 커피음료 '샤케라토'도 만들 수 있다. 에스프레소샷과 설탕 2~3스푼을 넣고 뚜껑을 닫은 뒤 재빠르게 흔들어 주면 바리스타가 만든 것 같은 한 잔을 완성할 수 있다.
CU편의점에서는 달고나를 작게 조각내 커피에 얹어먹는 방식이 뜨고 있다. 지난 달 출시한 '작아도 달고나'를 음료 위에 뿌리면 된다.
편의점 핫&아이스 원두는 완전 다르다
얼음컵을 편의점 커피머신에 받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핫 용과 아이스 용 버튼을 반드시 구분해서 눌러야 한다는 점이다. 얼음컵을 쓰면서 핫 용 버튼을 눌러선 안된다.
박대성 세븐일레븐 푸드·커피 MD는 “핫과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쓰이는 머신 원두 통 자체가 다르다”며 “세븐카페 핫의 원두 구성은 브라질 50%, 콜롬비아 20%, 에티오피아10%, 우간다20%인 반면 아이스는 콜롬비아 50%, 브라질RFA 30%, 우간다 20%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왜일까. 얼음이 녹아도 커피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아메리카노를 아이스로 마시면 얼음이 녹으면서 아메리카노 본연의 진한 맛이 희석된다. 아이스 커피용 원두는 풍미가 진한 콜롬비아 산 비중을 높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