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 '실망' 발언에 "입다물라…그것이 대선에도 유익"(종합2보)

외무성 미국국장, 국무부 대변인 '북 행보 실망'에 "부질없는 망언" 반발
북한, 국장 언론문답 형식으로 수위 조절한 듯…권정근, 미국 국장으로 다시 복귀
북한 외무성이 11일 남북 연락채널을 전면 차단한 북측에 '실망'했다는 미국을 향해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의 남북 연락채널 차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면서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 발언을 두고 "부질없는 망언에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북남관계는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권 국장 입장 표명은 '미국이 북남관계 문제에 주제넘겨 참견하려 드는 것과 관련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이뤄졌다. 권 국장은 오는 11월 3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흑인사망 항의 시위 등으로 어지러운 미 내부 상황을 겨냥,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변수가 재선을 가로막는 악재가 되지 않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반도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권 국장은 또 "북남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하는 것 같으면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염증이 난다.

미국의 그 '실망'을 지난 2년간 우리가 느끼는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고 반발했다. 북한이 외무성 국장 명의로 언론 문답 형식을 택하고 적대적인 표현을 자제한 데서는 그나마 미국을 향한 수위 조절 의도가 엿보인다.

권정근은 2018년 11월 북한 매체에 보통 외무성 미국국장이 겸임하는 미국연구소장 직함으로 처음 등장했으며 미국국장으로 임명된 사실이 지난해 4월 공식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앞두고 조철수에게 미국국장을 넘겨줬으나 이번 문답을 통해 다시 미국국장으로 복귀한 사실이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