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이 뭐길래…' 한마디에 청와대 출신 의원까지 들끓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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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피셜" vs "유치하다"교수에서 사인(士人)으로 돌아간 진중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말 한마디에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현직 국회의원과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까지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진중권 발언두고 정치권 들끓어
'의전 대통령' 발언두고 정면 충돌
윤영찬 "뇌피셜로 떠들고 있다"
진중권 반박…"철학이 없다는 것"
"뇌피셜(근거 없는 망상)이다", "유치하다" 등 설전이 오간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진 교수가 10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거고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해준 이벤트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진 교수는 이날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온(on) 국민 공부방'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저는 요즘 노 전 대통령 연설문을 보는데 이분 정말 참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느낀다"면서 "문 대통령을 보면 그게 없다"고 저격했다.
그러자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원고를 수정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보지 않은 사실을 상상하는 건 진중권 씨의 자유다"라면서도 "이를 확신하고 남 앞에서 떠들면 뇌피셜이 된다. 꼭 참고하라"고 경고했다.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또한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거짓"이라며 "말씀 자료 초안을 올렸다가 당신이 직접 연필로 가필하거나 교정한 문안을 받아 보고 어떤 때에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안심도 하고 그랬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를 가만히 듣고만 있을 진 교수가 아니었다.
진 교수는 이날 밤늦게 "유치하다"고 일갈했다.진 교수는 "내 말을 앵무새처럼 남의 글을 그대로 읽는다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이라며 "원고 교정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연설에 자기 철학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인용할 게 없다. '내 식구 철학'과 '양념' 발언 빼면 기억나는 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보라"면서 "그 분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 평생에 걸쳐서 형성해온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거기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엔 빠져 있다. 친구는 참 잘 두셨는데, 참모는 좀 잘못 두신듯"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논란이 인 데 대해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진중권 교수의 한마디에 청와대 출신들이 이렇게 일일이 반응하는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렇게 하면 앞으로 다른 말을 했을때 대응을 안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고 우려했다.그렇다면 진 교수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이 들썩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배경에는 진 교수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의당 소속의 철저한 진보진영 측 인사였다는 데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와 함께 동양대학교에 몸 담았던 진 교수는 민주당, 정의당 등 진보진영이 조 전 장관 사태에 비판하지 않고 감싸는 것에 회의를 품고 몸담고 있던 정의당에서 탈당했으며 동양대에도 사직서를 냈다.
이후 자신이 지지했던 이들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내뱉으며 집권여당을 곤란하게 하는 저격수로 변신했다.
진 교수는 "검찰 불법수사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명숙 전 총리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건을 두고는 민주당에 "역겹다"면서 "대한민국의 범죄자를 없애려면 검찰을 없애라"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법정에 서야할 사람들은 한 줌도 안되는 검찰이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도둑이 경찰 나무란다"고 비판했다.진 교수는 "인턴 증명서가 진짜라고 주장하든지, 아니면 가짜지만 죄가 안 된다고 하든지 한가지만 하라"면서 "사무실에서 조 전 장관 아들이 인턴하는 것을 목격한 직원을 증인으로 내세워라. 실제로 인턴을 했다면, 최소한 사무실의 직원들은 봤을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