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감옥 '인정 욕구'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조직학자 오타 하지메의 저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

알아차리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오늘도 '인정 욕구'라는 늪에 빠져 살아간다. 인정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거기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관종'이란 용어가 괜히 생겼겠는가.

'관심 종자'의 줄임말인 '관종'은 자기표현과 PR을 잘하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이 일정한 선을 넘기 마련이어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인정 욕구의 중독자 같아서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에 사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노출하거나 실제보다 미화하는 것도 인정 욕구와 관계가 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SNS를 시작하지만, 어느새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게 된다. 예컨대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싶어 SNS에 사진을 올렸다가 '좋아요'를 꽤 많이 받게 되자 '좋아요'를 올려준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 애쓴다.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이어가다가 섭식 장애를 겪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일본의 조직학자이자 경영학자인 오타 하지메 도시샤대 정책학부 교수는 저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인정 욕구와 그 중독 문제를 파고든다. 이론과 사례를 통해 인정 욕구에 대한 강박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얼마나 깊게 퍼져 있는지, 그리고 그 갈망이 얼마나 위험한지 밝힌다.

나아가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기 위해, 상대를 인정 욕구에 가두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지금의 자신 상태를 돌아보게 하고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인정 욕구라는 괴물을 건강하게 다루는 법을 일러준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타인에게서 '잘했네', '멋지다', '괜찮아'라고 수긍 받고 싶은 게 일반적인 인정 욕구다.

이 욕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인정 욕구가 사람을 성장시키고 일의 성과를 올리는 동기부여의 원동력이어서다.

하지만 과해지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거나 번아웃(탈진) 상태에 빠져서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이어가기 힘들게 된다.

저자는 "함정은 일상 곳곳에 있다"며 "누구나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는 걸 계기로 자기도 모르게 중심을 잃고 주위에서 기대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경계한다.

스스로가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다가도 상황과 사람의 변화에 따라 인정 욕구에 연연하게 되면서 극도의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인정 욕구의 과다 사례는 다양하다.

점원의 칭찬에 붙들려 본래 생각보다 훨씬 비싼 양복을 덥석 구입해버리는 사람, 과도한 업무에 짓눌린 나머지 번아웃 증후군으로 결국 퇴사를 선택하는 사람, 실적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과로사나 자살에 내몰리는 사람, 심지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묻지 마'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 사람 등등.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극단적 사례는 최근에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내몬 조주빈의 'n번방' 사건이다.

그렇다면 인정 욕구의 강박을 일으키는 실체는 무엇이고, 그 강도는 어떻게 결정될까? 저자는 그 세 가지 요소로 '인지된 기대'와 '자기효능감', '문제의 중요성'을 꼽는다.

'인지된 기대'는 실제로 얼마나 기대를 받는지가 아니라 본인이 그 기대를 얼마나 의식하는지의 문제다.

'자기효능감'은 주변 환경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감각으로, 쉽게 말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뜻한다.

'인지된 기대'와 '자기효능감'의 격차가 부담감의 크기를 좌우한다.

인정 욕구의 강박에 빠지는 것은 '인지된 기대'와 '자기효능감'의 격차가 클 때, 즉 큰 기대를 실감하지만 그에 부응할 자신이 없을 때란다.

'문제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저자는 '인지된 기대'는 낮추고, '자기효능감'은 높이면서 '문제의 중요성'을 낮추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인정이란 상대의 의지에 달려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아무리 인정받고 싶어도,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인정 욕구는 채워지지 않는다.

막강한 권력과 경제력이 있을지라도 힘으로써 인정을 이끌어낼 순 없다.

따라서 괴로움의 원인이 자신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생기는 불안임을 깨닫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인식만으로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더 인정받지 못한다는 괴로움에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예기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 보상 같은 외부 기준에 적당히 연연하고, 대신에 자신의 긍정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며 스스로 작은 보상이나 인정을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권장한다. 민경욱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0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