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아프로테크 대표 "신뢰성 테스트는 부품과 고객 잇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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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투자만 30억…검사 대상 대폭 늘릴 것"작년 7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간소화국가)에서 배제한 이후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기업들도 소재·부품 국산화에 나서거나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등의 신뢰성 테스트를 하는 아프로테크는 최근 30억원을 설비에 투자한 데 이어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부항리. 해발 433m의 정개산 자락인 이곳은 최근 자주 내린 비로 논물이 찰랑찰랑하고 녹음이 우거져 전형적인 초여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프로테크(대표 김형태·52)의 광주연구소는 능선 아래 자리잡고 있다. 그 너머가 남촌CC다. 이 연구소에선 24시간 각종 소재·부품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진다. 시험실 밖에서도 윙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안으로 들어서면 대당 수억원에 이르는 각종 장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자동차·전기·전자제품 부품에 대한 복합진동시험기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자동차가 덜컹거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부품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한다. 이들 부품은 자동차에 달면 자동차 부품이지만 전기 및 전자제품의 부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수만 번씩 진동시험만 하는 게 아니다. 온도 및 습도 변화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는지 검사한다. 이 내용은 그래프로도 표시된다. 마치 심전도검사를 할 때 심장박동에 따라 종이에 그래프가 쉴 새 없이 그려지는 것과 비슷하다.때로는 극한 온도 조건에서 테스트가 이뤄지기도 한다. 자동차 내부는 여름철 뙤약볕 아래선 온도가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빛에 의해 받는 영향을 시험하기도 한다. 자동차 부품 중엔 대시보드 등 플라스틱 제품이 상당수에 이른다. 플라스틱은 빛에 변형될 수 있다. 도색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분진에 대한 시험도 한다. 자동차엔 각종 센서, 전력반도체,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먼지에 예민한 전자부품이 많이 들어 있다. 시골길을 주행하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엔진룸과 각종 부품에 먼지가 들어올 수 있다. 이에 견디는 능력을 테스트한다. 자동차의 전자화가 진행될수록 분진 테스트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테스트를 거쳐야 비로소 신뢰성을 갖추게 된다.
성균관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대표가 2007년 세운 아프로테크는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각종 부품의 신뢰성을 테스트하고 신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업체다. 본사는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다. ‘진동시험기’ ‘복합부식시험기’ ‘소음진동시험기’ 등 각종 설비를 갖추고 있다. 소음진동시험기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미세한 노이즈를 파악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노이즈는 차 안의 정숙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예민한 센서의 오작동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김 대표는 “소재·부품·장비의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신뢰성 확보”라고 말했다. 그래야 고객이 믿고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객이 사주지 않으면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된 부품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 그는 지속적으로 테스트 역량을 키워왔다. 최근 2년 동안 투자한 설비만 약 30억원어치에 이른다.
부지면적 1650㎡의 광주연구소는 작년 초 설립했다. 김 대표는 “성남 본사가 입주한 지식산업센터에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부득이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광주에 연구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경기 남부나 충북 지역에 3000여㎡ 규모 연구소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그는 몇 가지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우선 테스트 대상을 확대하는 일이다. 그는 “신뢰성 검사는 국산 개발 소재·부품을 고객과 이어주는 다리”라며 “신뢰성 검사가 늘어나야 국산 부품 사용이 촉진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소전기차 부품을 비롯한 미래산업의 신뢰성 검사도 준비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쌓은 검사 능력을 바탕으로 소재·부품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