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승부수 띄워라"…첫날부터 난타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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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에 수중전 예상되는 S-OIL챔피언십지난해 6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OIL챔피언십은 2라운드 36홀 대회로 막을 내렸다. 대회 첫날 짙은 안개가 코스를 덮쳐서 1라운드는 시작도 못하고 취소됐다. 이후 이틀간 12언더파를 친 최혜진(21)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1타 차로 준우승을 차지한 장하나(28)와 박지영(24)으로선 아쉬운 상황. 최혜진은 “경기 내내 선두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18번홀 파 퍼트를 넣고 나서야 자신이 우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궂은 날씨에 변수많은 제주
작년 대회 안개로 2R 경기
1타 차로 최혜진 우승컵 안아
날씨도 실력…‘깜짝 우승자’ 또 나올까제주 골프대회는 종종 ‘운도 실력’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도 날씨 변수를 안고 제14회 S-OIL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이 12일 제주 엘리시안제주(파72·6642야드)에서 다시 열린다. 지난주 막을 내린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 이어 열리는 2차 ‘제주대첩’이다. 1라운드 당일 비 예보가 있다. 2, 3라운드가 예정된 13, 14일에도 강수 확률이 최대 80%(기상청)에 달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습도가 높아져 안개가 낄 수 있다. 대회를 축소 운영할 수 있는 환경 변수가 생긴 것이다. 지난주 끝난 롯데칸타타 여자오픈도 안개 때문에 2라운드를 2시간 가까이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선수들은 대개 1, 2라운드 목표를 ‘커트 통과’에 둔다. 초반엔 조심스럽게 점수 관리를 한다는 얘기다. 커트 통과에 성공한 이후인 3라운드부터 공격적인 순위 상승을 꾀하는 게 보통이다. 3라운드를 ‘무빙데이’라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악천후 상황에서는 1라운드 또는 2라운드가 무빙데이가 될 수도 있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최혜진은 “퍼트 찬스가 올 때 반드시 잡고 가겠다”며 “공격적인 플레이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김효주(25)는 “이번 주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한다”며 “유동적인 상황에 대처해가며 코스를 공략하겠다”고 다짐했다.깜짝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KLPGA는 대회가 파행 운영돼도 36홀 이상 경기를 치르면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 1라운드 18홀만 열리면 상금은 75%만 주고, 기록은 반영하지 않는다. 지난해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선 유해란(19)이 주인공이 됐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그는 2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로 대회를 마쳤다. 당시 2라운드 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을 풀던 유해란은 “폭풍으로 3라운드 취소 공지 소식을 문자로 받고 우승한 것을 알았다”고 했다.
2017년 SK네트웍스·서경클래식은 악천후가 만든 ‘드라마’였다. 2라운드까지 김혜선(23)과 당시 국내 투어 1인자로 군림하던 이정은(24)이 14언더파로 선두 자리를 나눠 가지고 있었다. 3라운드에서 이정은은 1타를 줄이며 출발했고, 김혜선은 보기 2개로 2타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태풍으로 3라운드 전체가 취소됐다. 김혜선은 16, 17, 18번홀 성적 합산이란 독특한 방식의 연장전을 치러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김효주 vs 김세영 ‘리턴 매치’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골프 천재’ 김효주(25)와 ‘빨간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7)의 리턴 매치도 관전 포인트다. 김효주는 지난주 연장전에서 4m짜리 버디를 낚아채 파에 그친 김세영을 따돌리고 3년6개월 만에 국내 무대 정상에 섰다. 김효주보다 더 짧은 1.5m 내리막 퍼트를 놓친 김세영은 유일한 연장패란 ‘통한’을 가슴에 새겼다. 그는 이전 KL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총 여섯 번 연장전을 치러 모두 이겼다. 연장 불패 신화를 하필 가장 친한 후배인 김효주가 깬 것이다. 마침 김효주와 김세영은 첫날부터 같은 조에서 맞붙는다.
김효주는 “우승했던 감이 이번 주까지 이어져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세영은 “지난주 우승을 놓쳐서 아쉽지만 (김)효주와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해 좋은 경기를 팬들께 보여주겠다”고 했다. 덩치를 키워 비거리를 15m가량 늘린 김효주와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원조 장타자 김세영의 드라이버 전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