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털자"…'눈물의 세일' 나선 패션·유통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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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세컨즈·미쏘 등 최대 67% 세일패션·유통업체들이 '눈물의 세일'을 시작했다. 할인율이 50~80%에 달한다. 세일 시기도 확 앞당겼다. 코로나19로 인해 올 봄·여름 신상품의 대부분이 재고로 남자 이를 싸게라도 빨리 판매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년보다 '시즌오프' 시기를 2~3개월 앞당긴 데는 "이렇게라도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반기에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패션업계에선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사업을 접는 브랜드가 수십 개 나올 것"이란 괴담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W컨셉·위즈위드·옥션 등도 48~80% 할인
코로나로 재고 쌓이자 '울며 겨자먹기'
○"하루라도, 한 장이라도 빨리"패션업계에서 재고는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옷은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안 팔리면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 옷걸이에 걸어야 하는 옷들은 물류창고에서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재고 관리에 보관비 등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패션 브랜드들은 올 봄·여름 신상품을 하루라도 빨리 판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래 브랜드의 가치는 세일의 유무, 할인율의 폭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패션업체 한섬이 '타임' '시스템' 등 자사 여성복 브랜드를 항상 정가에만 판매하는 '노세일 전략'을 고수하는 것도 '최고급 국내 여성복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 브랜드 옷을 언제 사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인식을 소비자가 가져야만 믿고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브랜드 가치를 따질 때가 아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당장 올 하반기 신제품을 생산할 돈이 없다"는 곳도 있다. 또 패션업체들은 제품 단가가 비싼 가을·겨울 신제품을 많이 팔아야 그나마 연매출 수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러려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인데 그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봄·여름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브랜드들이 많다.특히 토종 브랜드들의 세일 폭이 크다. 에잇세컨즈, 미쏘, 빈폴, 헤지스, 써스데이아일랜드, 탑텐 등이 대표적이다. 에잇세컨즈는 11일부터 '시즌오프' 세일을 시작했는데 최대 67%까지 신제품을 할인해준다. 미쏘도 이날부터 세일을 시작했다. 원래 중저가 브랜드였지만 최대 67%를 할인해 팔고 있다.
해외 브랜드인 올세인츠, 마시모두띠, 앤아더스토리즈, H&M, 유니클로 등도 예년보다 일찍 '시즌오프' 세일을 시작했다. 정가에서 30~50%씩 싸게 판다. 거의 절반 값에 올 봄·여름 신제품을 파는 셈이다. 보통 여름 끝물인 8월 말이나 9월쯤 돼야 여름 신상품을 싸게 파는 게 관행이었는데 그 시기를 확 앞당겼다.○오픈마켓도 '빅세일' 돌입
유통업체들도 가세했다. 패션에 특화한 온라인몰들이 할인폭을 크게 높여잡았다. W컨셉과 위즈위드는 지난 8일부터 '빅세일'을 시작했다. W컨셉은 입점 브랜드에 따라 최대 80%까지 할인해준다. 위즈위드는 골든구스, 커먼프로젝트 등의 브랜드를 최대 50%까지 싼 값에 팔고 있다.오픈마켓도 '상반기 패션 결산 세일'에 들어갔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은 오는 17일까지 170여개 패션·뷰티 브랜드 제품을 최대 80% 할인가에 판매한다. 여름 신제품이 대부분이다. 휠라, 아디다스, 헤지스, 닥스, 바네사브루노, 갤럭시, 엠비오, 지오다노, 안다르, 로즈몽 등 유명 의류 브랜드 제품을 싸게 판다. 록시땅,버츠비, 토니모리, 히말라야 등 화장품도 여럿 참여했다. 오픈마켓들은 회원제 등급에 따라 25~30%까지 중복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까지 뿌리고 있다. '재고 털이'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이다.
한 패션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브랜드 가치나 할인율 폭을 고민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며 "재고를 한 장이라도 빨리 털어내고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털어놨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