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文 참모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盧 연설과 질적 차이 느껴야"

진중권 '의전 대통령' 발언두고 정면 충돌
윤영찬·하승창·최우규 향해 "맹구같은 소리"
윤영찬 "진중권 관심 전략에 넘어갔다" 사과
검찰 개혁 문화제에 등장한 전현직 대통령 그림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의전 대통령' 발언 관련해 자신을 비판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승창 전 청와대 수석, 최우규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전직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 "맹구같은 소리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의전 대통령 같다는 발언이) 작심을 하고 한 것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한 얘기니 그냥 흘려들으면 될 것을, 전직 청와대 참모가 셋이나 덤벼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진 교수는 “청와대 참모들이 발끈하면서 슬쩍 빼먹은 부분이 대목이 있다. 내가 ‘요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찾아 읽는다’라고 한 부분이다”라며 “그 부분을 통째로 가려버리고 ‘연설문 문구를 수정했니 안 했니’로 슬쩍 논점을 옮겨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치철학의 문제를 원고교정의 문제로 바꿔놓고 ‘우리 각하도 교정을 했으니 철학이 있다’고 맹구 같은 소리를 하고 인증샷까지 올리니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멍청한 문빠(문 대통령 지지자를 낮추어 부르는 말)들에나 통할 허접한 기술을, 선수에게 걸고 들어오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철학의 빈곤. 참모들은 지능의 결핍. 노무현 전대통령의 연설과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도 둘 사이의 질적 차이를 못 느낀다면, 참모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모자라는 문해력을 충성심으로 보충하겠다는 건지, 참모 셋이 거의 수령을 옹호하는 총폭탄이 되겠다는 결사보위의 태세로 덤벼든다”고 비판했다.아울러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시면 이 세 분의 수준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분과 비교해 보라"라며 "그러면 수준차가 확연히 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최근 우리 정부에 대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사람답나 했는데 전임자보다 더하다"라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기사를 소개하며 "왜 (북한에는 아무말 못하고) 나만 갖고 그러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저는 관심에 아무 관심이 없다"라며 "전직 지방대 교수, 척척석사, 백수가 내는 백색소음에 웬 관심들이 그렇게 많나. 관심 끊으라"고 저격했다."뇌피셜(근거 없는 망상)이다", "유치하다" 등 설전이 오간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진 교수가 10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거고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해준 이벤트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진 교수는 이날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온(on) 국민 공부방'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저는 요즘 노 전 대통령 연설문을 보는데 이분 정말 참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느낀다"면서 "문 대통령을 보면 그게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 (사진=연합뉴스)
그러자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원고를 수정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보지 않은 사실을 상상하는 건 진중권 씨의 자유다"라면서도 "이를 확신하고 남 앞에서 떠들면 뇌피셜이 된다. 꼭 참고하라"고 경고했다.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또한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거짓"이라며 "말씀 자료 초안을 올렸다가 당신이 직접 연필로 가필하거나 교정한 문안을 받아 보고 어떤 때에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안심도 하고 그랬다"고 경험을 전했다.

진 교수는 "내 말을 앵무새처럼 남의 글을 그대로 읽는다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이라며 "원고 교정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연설에 자기 철학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인용할 게 없다. '내 식구 철학'과 '양념' 발언 빼면 기억나는 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