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vs 경기민감주 '시소 게임' 승자는
입력
수정
지면A20
2200선 앞두고 숨고르는 코스피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 고점인 2200선을 앞두고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코스피지수는 고지를 넘지 못하고 11일 하락으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유동성의 힘으로 밀어올린 증시가 ‘V자’ 반등 국면에서 업종 내 옥석 가리기와 숨고르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언택트(비대면) 성장주 급등→대형 민감주 반등’의 순환매가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성장주와 민감주의 시소 게임이 반복되면서 회복 가능성이 높은 일부 업종과 종목으로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유가증권 PER…금융위기 후 최고11일 코스피지수는 0.86% 하락한 2176.7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 출발했던 지수는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잠깐 상승 반전하기도 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개인은 1조2661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11801억원, 115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제약·항공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하락세를 나타냈다.
V자 반등 국면서 순환매
유동성 힘으로 밀어 올린 증시
선물·옵션 만기일 겹쳐 내리막
PER 12.6배 밸류에이션 부담
언택트·바이오→전자·車·은행
번갈아 오르며 '힘 겨루기'
주가지수 및 개별 주식의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 겹치는 일명 ‘네 마녀의 날’ 때문에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금융투자(기관)가 선물을 사는 동시에 현물을 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투자가 유동성 공급자(LP) 역할 외에도 차익 거래와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등 여러 거래를 하기 때문에 동시 만기일을 맞아 변동성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장중 2200선을 돌파했지만 장 마감 전에 상승폭을 반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발 증시 폭락 이후 50%가량 반등한 만큼 추가 상승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200선 앞에서 주춤하는 이유는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주가수익비율(PER)이 12.6배에 근접했기 때문”이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급락 이후 반등 국면에서 유가증권시장 PER(12개월 선행)의 최고치가 12.6배였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을 놓고 봤을 때 투자자들이 지수에 대해 고평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언택트에서 경기민감주로 순환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선 언택트,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주와 전자, 자동차, 은행 등 경기민감 대형주가 번갈아가면서 오르는 순환매가 장세가 펼쳐졌다. 코로나19 이후 반등장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언택트주가 먼저 올랐고 삼성SDI LG화학 등 2차전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주가 장을 주도했다. 이어 5월 하순부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와 은행주 등 경기 민감 대형주로 순환매가 일어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경기 민감주 안에서도 순환매가 계속되면서 주가 키 맞추기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성장주의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언택트주와 경기 민감주가 서로 주고받으며 상승과 하락을 오가는 모습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이런 장세는 미국 증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S&P500지수는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나스닥지수는 10,000 선을 돌파했다. 이예신 연구원은 “5월 중순 이후 주요 국가에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나오면서 경기 민감주로 순환매가 나타나다가 다시 성장주가 오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급등한 업종 안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고, 대형 민감주에선 펀더멘털 회복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동반 상승하는 구간을 지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다음 순환매 길목이 면세점, 화장품 등 중국 소비 관련주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주는 현재 회복률이 가장 낮은 업종으로 꼽히지만 향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슈가 남아 있어 다음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