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대못' 박혀…대한항공 송현동 땅 입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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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곳이나 인수 관심 보였지만대한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고 내놓은 자구안 이행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다.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부지 매입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입찰 의향서 아무도 안 내
5000억 자금마련 계획 큰 차질
승무원 1년 무급휴직 신청 받아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을 마감했지만 아무도 의향서(LOI)를 내지 않았다. 이전에 투자설명서를 받아가고 대한항공에 문의하는 등 관심을 보인 잠재 인수 후보는 총 15곳이었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이 땅을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부지 매입에 부담을 느낀 기업이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공개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라면 본입찰을 진행해도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연내 부지 매각으로 5000억원을 확보하려던 대한항공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서울시가 책정한 송현동 부지의 보상가격이 4671억원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도 2021년까지 2년에 걸쳐 납부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비입찰이 무산되면서 본입찰 일정도 미뤄질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모든 일정이 중단된 상태”라며 “다음주 서울시에 자사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들도 서울시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노조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부지 공원화 강행은 무책임한 탁상행정”이라며 “송현동 부지를 헐값에 팔면 대한항공의 유동성 자금 확보 실패로 이어져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이날부터 만 2년 이상 근무한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최대 1년까지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객실승무원을 상대로 장기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전체 인력의 70%에 대해 순환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