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숨진 쉼터 소장, 왜 정치인이 '음모론' 키우나"

마포 쉼터서 눈물 흘리는 윤미향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마포 쉼터(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씨가 샤워기 줄로 앉은 자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돼자 손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 야권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정돼 있지 않은 샤워기 줄로 목을 여러 바퀴 감은 채 그냥 앉은 자세로 사망했는데, 특히 벽에 붙어 있는 샤워기의 첫 부분(온도를 조절하는 부분)은 앉아있을 때 머리보다 약간 높은 곳에 있었다고 한다"며 "경험이나 상식에 비춰볼 때 앉은 상태에서 샤워기 줄을 목에 감아 본인 의지만으로 사망까지 이른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충분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곽 의원은 또 "이 사건을 전후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씨 관련 글을 썼다가 지웠다"며 "윤미향 의원이 지운 페이스북 글과 쉼터 소장의 죽음 사이에는 어떤 선후 관계가 있는 겁니까"라고 공개 질문을 던졌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은 <한경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선 손씨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과수에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데 정치인 말을 믿을 거냐"고 했다. 하지만 형사과장은 손씨 사망과 관련 당초 언론에 "끈을 이용한 목맴사"라고 설명했었다. 타살 정황이 될 수 있는 앉은 자세로 사망한 점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런 음모론에 대응할 이유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손모씨가 숨진 것과 관련 온라인상에서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손씨가 여권 관계자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의혹이 음모론의 골자다.

특히 손씨 사망 최초 신고자가 윤미향 의원 보좌진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손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곽 의원은 "검찰이 지난달 21일 마포 쉼터에 대한 압수수색은 했지만, '고인(손 소장)을 조사한 사실이 없고 출석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면서 "손 소장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사망 경위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에서 손 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결론을 미리 내놓고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수사책임자인 배용석 파주경찰서장이 2018년 총경으로 승진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파견 근무를 했고, 지난 1월 파주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경력 때문에 의심을 거두기 어려우니 수사 책임자를 교체해 조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