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재협상 '싸움판'에 은근히 産銀 편드는 은성수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HDC현대산업개발 사이에서 채권단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기금은 아시아나항공 매매가 종결된 이후에 쓸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질문이 나오자 “협상의 조건이 안 맞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만나서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만나서 대화’라는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언론의 관심도가 높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서면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명화하게 전달하는 등 혼선은 최대한 막고 논란의 여지는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향후에도 논의가 진행되기 바란다”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안했다. 산업은행은 바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문서 중심의 협의에 거절 의사를 명확히 했다. 산업은행은 “HDC현산이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제시조건은 이해관계자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HDC현산이 요청한 ‘인수 상황 재점검과 인수 조건 재협의’와 관련해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이해관계자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HDC현산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고 향후 공문 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서류 중심으로 협상을 하느냐 만나서 이야기를 하느냐가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양측의 대립 상황에서 은 위원장은 ‘만나서 대화’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은 위원장은 “양쪽의 입장에 서보면 이해가는 부분이 있다”며 “각자가 누가 잘했다 잘 못했다는 아니고 정책당국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금융위는 구조조정개선과와 구조조정개선팀을 두고 금융회사와 관련된 산업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산업은행과 긴밀하게 협의하며 금융지원과 자산 매각을 조율한다. 은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M&A가 완전히 종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결정은 기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을 한다”면서도 “M&A가 끝났을 때 기금이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해야 되는데 중간단계에서 들어가기는 좀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빨리 협상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