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모델로 뽑아달라"…광고계 주무르는 '큰손' 된 팬덤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더 세고 넓어진 '팬덤 문화'
"광고모델 뽑아달라"…'역러브콜'까지
광고계 '큰손'으로 우뚝
"팬덤과 스타의 긍정적 시너지"
"매니지먼트 본연의 역할도 중요"
임영웅, 영탁 /사진=매일유업, 예천양조 제공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하는데서 출발한 팬덤 문화가 점차 적극적으로 변모하면서 더 큰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팬들의 요청으로 해당 스타가 광고모델에 발탁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제 소비로도 이어질 확률이 큰 '팬심'이 광고주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척도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동원참치를 들고 있는 펭수에 이어 이제는 '새우깡'을 들고 있는 가수 비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이 사례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와 어울리거나 인연이 있는 브랜드 제품을 눈여겨보던 팬들이 광고모델로 써달라며 적극 추천한 결과다.'남극에서 온 펭귄'이라는 콘셉트의 크리에이터 펭수는 대표적인 참치 마니아다. 이에 펭수의 팬들은 '참치길만 걷자'라는 문장으로 펭수를 응원했고, 그를 동원참치 모델로 발탁해달라는 요청으로 이어졌다. 펭수의 신드롬급 인기에 물 밀듯 쏟아지는 팬들의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동원F&B는 지난해 12월 펭수를 동원참치 모델로 발탁했다. 펭수와의 콜라보로 '남극펭귄참치' 패키지를 새롭게 출시하기도 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진을 차지하며 역대급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가수 임영웅도 팬들의 열성적인 요청에 힘입어 매일유업의 컵커피 '바리스타룰스' 모델이 됐다. 그가 평소 매일유업의 '바리스타룰스'를 애용했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팬들의 적극적인 추천이 이어진 것. 해당 제품을 이미 '임영웅커피'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았기에 임영웅의 모델 발탁은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비, '새우깡' 모델 발탁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가수 비는 2017년 발매한 노래 '깡'이 가장 핫한 '밈(meme·특정 콘텐츠를 모방해 재생산하는 인터넷 놀이)'이 되며 '깡 열풍' 흐름을 탔다. 뮤직비디오 속 다소 과한 감성이 처음에는 조롱의 대상이었으나 곧 '1일 1깡'('깡' 뮤직비디오를 하루에 한 번 보는 일)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중독성 강한 하나의 온라인 놀이 문화로 정착했다. 이 영향으로 비가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 등 '깡'이라는 명칭이 들어가는 제품 광고모델로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세' 스타와 열띤 지지를 보내는 팬들의 화력에 농심 역시 비를 '새우깡'의 모델로 기용했다.이른바 '역러브콜'. 이제는 팬들이 내 스타의 광고모델 발탁을 위해 먼저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광고주에게 적극적으로 모델이 되어야하는 이유를 어필하고 있다. 이처럼 적극성을 띄는 팬덤의 성향은 광고주들에게도 분명 흥미로운 요소다. 모델 발탁 초반, 소비 측면에서의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 외에도 화제성이나 노출 빈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활발한 온라인 소통 환경에 과거보다 한층 능동적으로 변화한 팬 행동이 맞물리면서 거대해진 팬덤의 화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그야말로 팬덤은 이제 광고계의 '큰손'이 됐다. 임영웅이 모델인 쌍용차 G4 렉스턴의 5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61%나 증가했다. 세정 웰메이드가 지난 4월 선보인 임영웅 CM송 '트롯웰송'은 공개한지 두 달도 되기 전에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했다. 영상에서 임영웅이 입고 나온 스트라이프 린넨 셔츠의 3주일간 판매량은 영상 노출 전에 비해 510%나 늘어났다. 이 기회를 활용해 웰메이드는 '임영웅 스타일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막걸리 한잔'을 불러 큰 사랑을 받았던 영탁을 두고 그의 이름으로 막걸리가 출시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후 영탁은 실제로 예천양조와 모델계약을 맺었고, '영탁 막걸리'가 출시됐다. 영탁의 광고 효과로 하루 매출 150만원이던 막걸리 매출은 1500만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압도적인 영향력에 연달아 광동 헛개차, 빙그레 슈퍼콘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지하철 광고는 팬덤이 만들어낸 새로운 광고 문화임을 부정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지하철 광고는 어느덧 스타들의 인기 척도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됐다. 일부 연예인들이 직접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광고 앞에서 인증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특히 지하철 광고는 K팝 팬들의 영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서울 지하철의 아이돌·유명인 광고는 2014년 76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 Mnet '프로듀스 시리즈'가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크게 늘었고 2018년에 2000건을 돌파했다. 4년 전과 비교해 28배나 증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팬덤은 이벤트성으로 일정 기간 동안 영화관 상영관의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그룹 엑소 멤버 도경수의 첫 주연 영화 개봉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던 '도경수관', 가수 겸 배우 옹성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됐던 '옹성우관' 등의 사례가 있다.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팬들이 진행하는 홍보나 기부 등을 보면 과거에 비해 훨씬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부분들이 많다. 영향력도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광고모델 '역러브콜'의 경우 팬덤과 스타가 함께 일궈낸 긍정적 시너지라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단, 팬덤의 화력을 의식하느라 매니지먼트 본연의 역할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팬이 없다면 스타도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팬덤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위기 대응에 허점을 남기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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