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송현동 매각 방해"…대한항공 칼 뽑았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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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익위에 서울시장 상대 민원 제기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에 빨간 불이 켜진 대한항공이 11일 정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 "긴급한 유동성 확보에 중대한 악영향"
▽ 대한항공 노조도 "무책임한 탁상행정" 반발
유동성 확보의 발등의 불이 떨어진 대한항공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공세의 칼을 뽑은 모습이다. 송현동 부지를 제값에 팔아 항공업 고사 위기를 탈출하려고 한 기존 계획이 서울시 계획에 막혀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했다는 호소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도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강행에 대해 반발하며 "무책임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12일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지정 추진과 관련해) 서울시 행정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권고를 구하고자 지난 11일 오후 국민권익위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권익위에 '박 시장이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절차의 진행을 중단하고,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한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유·무형적 행위를 중단한다'라는 시정권고 또는 의견표명 결정을 구했다.
대한항공은 "긴급한 유동성 확보에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했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핵심 자구 대책인 송현동 부지 매각 추진이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지정 추진, 강제수용 의사 표명 등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피신청인(박원순 서울시장)의 매각 방해 시도의 위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앞서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골자로 한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최근 공고했다. 부지 보상비로는 4671억원을 책정했다. 서울시는 해당 보상비를 2022년까지 분할지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대한항공의 자구안에는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총 15곳이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서울시의 문화공원 지정과 강제 수용 의사가 알려지자 제1차 입찰마감일인 지난 10일 15곳 모두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대한항공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려면 필요성과 공공성을 충족해야 하지만 현재 장기 미집행 중인 공원과 송현동 부지 인근에 무수한 공원이 있다는 점, 서울시의 문화공원 조성은 대한항공의 기존 활용 방안과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필요성과 공공성 모두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울시의 매수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액 4670억원과 지급 시기(2022년)는 적절한 매각 가격과 매각 금액 조기 확보라는 대한항공의 입장을 감안하면 충분치 못하다"며 "서울시가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언제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이어 대한항공은 "당초 계획대로 송현동 부지에 대한 2차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나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녹록지 않다"면서 민원 제기 배경을 전했다.
한편 대한항공 노조도 전날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불발될 경우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고용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민간기업의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 진행과는 별도로 서울시와는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실히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