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론칭 공식'이 바뀌었다

백화점보단 온라인서 첫선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운영
오프라인 매장도 잇따라 폐점
패션 브랜드의 '론칭 공식'이 깨졌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신규 브랜드들은 백화점에 먼저 들어가 인지도를 높인 뒤 온라인에서 이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자 최근 신규 브랜드들은 전략을 바꿨다. 온라인 론칭을 먼저 하는 브랜드가 많아졌다. 온라인에서 성공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방식으로 순서가 뒤바뀌었다. 이같은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을 선호하는 브랜드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국내 들어온 고급 캐주얼 브랜드 '빈트릴'이 대표적 예다. 빈트릴은 '오프화이트'와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버질 아블로 디자이너가 2010년 매튜 윌리엄스, 헤론 프레스톤과 함께 선보인 캐주얼 브랜드다. 해시태그(#) 로고로 유명하다. 최근 버질 아블로 등이 유명해지자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엔 지난달 월드와이드브랜즈를 통해 처음 들어와 자사 온라인몰을 열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 소비자 반응을 본 뒤 이르면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빈트릴뿐 아니라 '알엔씨', '코닥어패럴', '엄브로' 등도 모두 온라인에서 첫 선을 보인 브랜드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알엔씨는 이달 10일 공식몰과 무신사, 29CM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타깃 소비자인 10대 후반부터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온라인 쇼핑을 더 선호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오프라인 입점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첫선을 보인 코닥어패럴은 온라인에서 목표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자 올 들어 13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젊은 소비자 유입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자 유통업체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매주 신상품을 새로 내놓는 점, 코닥의 필름 카메라 이미지를 사용해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을 선보인 점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패션업계에선 이같은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을 선택하는 브랜드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었던 'BKBC', '빈폴액세서리' 등이 매장을 접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오프라인 매장은 입점 수수료,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이익률이 높은 온라인 론칭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