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대출 받으세요"…레버리지 완화 앞두고 몸 낮추는 카드사

내달부터 6배→8배로 레버리지 배율 완화
카드사들, 금리 깎아주고 캐시백까지 제공
"당장 대출 확대 불안하다" 지적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다음달부터 카드사의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 규제 비율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일부 카드사들이 대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는 레버리지 규제 때문에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이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이달 10일부터 올해 말까지 장기카드대출 이자율 할인 이벤트를 선보인다. 해당 기준을 모두 만족하면 최대 2%포인트까지 대출 금리가 내려간다.전월 하나카드 일시불과 할부를 합산한 이용 금액이 50만원이면 0.5%포인트, 100만원이면 1.0%포인트 금리 할인을 제공한다. 아울러 하나은행 결제계좌 이용 시 0.5%포인트, 전월 하나1Q페이 앱(응용 프로그램) 결제 시 0.5%포인트를 할인한다.

연 12%의 금리로 하나카드의 장기카드대출(3000만원, 36개월)을 이용하면 총 이자가 약 585만원이다. 하지만 이벤트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금리가 연 10%로 내려가 이자는 약 488만원으로 줄어든다.

롯데카드는 이달 말까지 단기카드대출 캐시백(환급)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벤트 기간내 단기카드대출 누적이용금액에 따라 추첨을 통해 최대 100만원 캐시백을 제공한다.카드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규제 비율 완화에 따른 것이다. 레버리지 배율 규제는 부채를 이용한 자산 확대를 제한하는 금융정책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레버리지 규제 배율을 완화했다. 기존에 카드사는 자기자본의 6배까지 대출을 해줄 수 있었지만 7월부터는 8배까지 가능해진다.

다만 금융위는 레버리지 사전관리 유도를 위해 한도가 7배 이상이 되면 유동리스크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침도 동시에 적용하기로 했다. 레버리지 배율 한도를 계산할 때 가계대출(115%)과 기업대출(85%)에 가중치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레버리지 한도 확대가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카드사의 레버리지 배율은 5배를 넘겼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우리카드가 5.7배로 가장 높고 KB국민.롯데카드 5.5배, 현대카드 5.3배, 신한카드 5.2배를 기록했다. 반면 하나카드는 4.8배, 삼성카드는 3.3배로 아직 여유가 있다.그동안 카드업계는 지속적으로 레버리지 한도 확대를 금융당국에 요청해왔다. 현행 여신금융전문업법상 카드사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공급액 등 전체 자산이 자본의 6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를 받고 있다. 같은 여신금융전문업법의 규제를 받는 캐피탈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금융사들의 레버리지 배율 한도는 10배다.

레버리지 배율 한도가 확대됨에 따라 카드사들은 앞으로 할부금융, 대출사업, 신기술 투자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출금 상환유예 등의 자금 압박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레버리지 한도가 확대되더라도 당장 대출을 늘리는 것은 불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민간소비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아 무리한 사업 확대보다는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레버리지가 여유로운 것과는 별개로 코로나19 대책으로 하반기부터 건전성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실제 연체율 상승이 우려되고 있어 현 상황에서 대출자산을 늘리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