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청사진' 요구에…케이뱅크, 증자 연기

주요 주주 우리銀·NH투자증권
"카카오뱅크 따라잡을 묘수" 요구
출자금 납입일 내달 28일로 미뤄
케이뱅크, 新사업 전략 '발등의 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유상증자 일정을 한 달 반가량 미루기로 했다. 주요 주주사가 주금 납입 일정까지 이사회 절차를 완료하기 어렵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주주들 요구다. 1년 넘게 ‘개점 휴업’해 온 케이뱅크가 새 수익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상증자 일정 미룬 케이뱅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주금 납입일을 연기하기로 하고 이를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요 주주사에 통보했다. 최종 납입 기한은 다음달 28일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주사별로 출자를 앞두고 이사회 등 실무적인 절차가 남아 있어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며 “주주 간 큰 이견이 있거나 사업 정상화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기존 주주를 상대로 총 5949억원 규모(1억1898만 주)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안을 의결했다.주주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계획을 요구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2대주주인 우리은행(지분율 13.79%)은 증자안대로라면 약 1600억원을 추가 출자해야 한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케이뱅크에 대한 출자 계획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고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많이 벌어진 만큼 후발주자로서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청사진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었지만 케이뱅크 출자 승인안을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또 다른 주요 주주인 NH투자증권(지분율 10.0%)도 출자를 승인하기 위한 이사회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뱅과의 차별화가 관건케이뱅크는 다음달 말까지 주요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카카오뱅크의 독주와 제3 인터넷전문은행(토스뱅크) 출범 사이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셈이다.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중단된 지난해 4월 이후 신규 영업을 중단해 왔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약 240억원의 손실을 냈다.

다만 KT가 자회사인 비씨카드를 통해 대주주 적격 문제를 해결한 만큼 유상증자만 이뤄지면 사업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케이뱅크는 기대하고 있다. 수혈받은 자금으로 신용대출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시장에도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주주 간 협업을 통해 기관 영업 등으로 새 사업 모델도 발굴하겠다는 포부다.

주주들도 이변이 없는 한 유상증자 계획을 이행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에 1조원을 증자하는 안을 승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투입할 ‘실탄’도 미리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