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위협에 입 연 문 대통령…"평화약속 되돌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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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시대로 돌아가선 안돼"문재인 대통령(사진)이 15일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 고조와 관련해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조치로 군사 도발을 시사한 이후 나온 문 대통령의 첫 공식 발언이다.
유감 표명 안해 '저자세' 논란
이해찬 "우리 먼저 약속 지키자"
민주 지도부 상황 오판 지적
문 대통령은 미·북 비핵화 협상 등 외부 여건에 의존하지 말고 남북한 스스로 평화의 돌파구를 찾아가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연이은 대남 비방과 무력행사 겁박에 대한 유감 표명조차 없어 저자세 대응이라는 비판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이 우리 측에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키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며 “오랜 단절과 전쟁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 관계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구불구불 흘러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북은 낙관적 신념을 갖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취임 후 강조해온 남북 주도의 자주적인 평화 달성 노력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안다”며 “기대만큼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고 밝혔다.북한의 연이은 도발성 발언을 두고는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남과 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북한의 전향적 자세를 당부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그간 한국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북한이 남북 간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잇따른 대남 비방·비난 및 군사도발 움직임과 관련한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도 이날 논란이 됐다. 우리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미국의 제재 위주 대북정책이 북한의 비핵화를 가로막았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트집 잡아 우리 정부에 대해 막말·조롱을 쏟아붓고, 군사도발까지 언급하는 현 상황을 완전히 오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해법은 오직 신뢰와 인내에 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에 우리가 약속 지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도 남북의 정치 차이를 이해하고 우리 정부와 민주당의 의지를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도 추진하겠다”며 두 사업의 대북 제재 예외 조치 허용을 미국에 요구했다. 그는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강경 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신냉전 체제의 질서만 강화한다”며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정호/김형호/김소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