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나타나 딸 '유족급여' 타간 친모에 "7700만원 토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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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판 구하라 사건', 양육비 지급 판결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수천만원을 챙긴 이른바 '전북판 구하라 사건' 친모가 양육비 7000여만원을 토해내게 됐다.
재판부 "자녀 양육은 부모 공동 책임"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지난 12일 숨진 소방관의 아버지 A 씨(63)가 전 부인 B 씨(65·여)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B 씨는 A 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A 씨가 두 딸을 양육하기 시작한 1988년 3월29일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까지 B 씨는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A 씨의 딸이 사망한 이후 32년 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던 친모 B 씨가 갑자기 나타나 유족급여와 사망급여 등 8000만원이 넘는 돈을 챙겨가면서 시작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1000여만원을 청구하는 가사 소송을 제기했다.
1988년 이혼 후 단 한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았고, 딸의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은 데다 부모로서 그동안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최근 논란이 된 가수 故 구하라의 유산을 둘러싼 구 씨의 오빠와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과 마찬가지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덧붙였고, 해당 소송은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B 씨는 법정에서 "이혼 후 A 씨가 딸에 대한 접근을 막았다"면서 자신의 양육비 부담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지만 심리를 거친 재판부는 결국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