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中 영향력'…함께 가는 한·미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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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로 주도주 바뀌고 기축통화국 美 영향 확대한국 증시는 한동안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이나 지표, 주가 흐름에 따라 한국 증시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탈(脫)동조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시아 각국 증시가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큰 폭으로 움직이는 코스피16일 코스피지수는 5.28% 오른 2138.05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낙폭(-4.76%)을 회복했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도 4.88% 반등하며 전날 낙폭(-3.47%)을 만회했다. 중국 증시는 달랐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28% 오르는 데 그쳤다. 전날 낙폭(-1.01%)도 아시아 여느 증시보다 작았다.
2차전지株, 중국 보조금보다
유럽·美 전기차 정책이 변수로
中 경기부양책도 큰 영향 없어
아시아증시 '각자도생' 갈 듯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도 먼저 떨어지고, 먼저 반등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와 재개가 다른 국가보다 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가 뒤늦게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은 거의 없었다. 경기지표 발표나 경기부양책은 다른 국가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전날 중국이 발표한 5월 경기지표의 영향도 미미했다. 중국의 5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모두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아시아 증시 하락 이유를 중국에서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개최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중국판 뉴딜 정책’을 내놨을 때도 한국 증시는 잠잠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13% 떨어졌다. 수혜가 예상됐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주 케이엠더블유는 2.36%, 중국 소비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은 1.75% 하락했다.주도주가 바뀌었다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가 시장 주도주를 바꿔놨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때는 화장품·여행·카지노 등 중국 소비주부터 철강·건설기계 등 기간산업 관련주까지 국내 산업 전반이 수혜를 봤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회복장에서는 바이오, 비대면 등과 4차 산업혁명 관련주들이 성장주로 대접받으며 주도주 자리를 차지했다. 똑같은 2차전지주라도 처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보조금 정책 여부가 주가의 중요한 변수였지만 지금은 유럽의 전기차 정책이나 미국 전기차 투자가 주가를 움직이고 있다.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한국 시장이 그동안 동조화 현상을 보였던 것은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하면서 중후강대 산업 비중이 높았던 국내 시장 사이에 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주도주가 4차 산업혁명 중심으로 바뀌었고 중국의 경기부양책도 5G나 전기차 인프라를 키우려고 하지 기존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는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사실상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정되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기부양책은 각국의 기술주를 부양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과거처럼 서로가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 각자도생하는 경쟁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공급하는 미국 증시가 주도글로벌 증시를 부양하고 있는 유동성의 시작이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라는 점도 한국과 중국 증시의 탈동조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는 만큼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은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중국의 정책 방향을 보면 유동성 장세가 끝나더라도 한국과 일본 증시의 탈중국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도 중국 증시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 10.3%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6%까지 낮아졌다. 올해는 1분기 -6.8%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
고성장세가 꺾이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174개 중국펀드에서 1조183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글로벌펀드 229개 설정액이 1조548억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