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연락사무소 21개월 만에 '최후'…건물 완공 13년만에 완파(종합)

2007년 경협사무소 건물로 준공…'판문점선언' 이후 연락사무소로 사용
'24시간·365일 소통 채널' 의미 부여…'하노이 노딜' 이후 파행 운영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의 결실로 탄생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가 개소 1년 9개월만에 완파돼 사라졌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6일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열었다.

판문점에서 만난 두 정상이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로 쓰던 4층 건물을 고쳐 연락사무소 청사로 사용했는데, 건물 자체는 2007년 12월 준공됐다.

경협사무소 건물로 준공될 당시에도 '북한에 위치한 최초의 우리 정부 청사'라는 의미를 가지며 남북 간 경제분야 회담이 활발하게 전개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듬해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북한이 경협사무소 당국자들의 철수를 요구하고 뒤이어 사무소를 폐쇄하면서 기능이 정지됐다. 이후 2009년부터 남북실무회담과 임진강 수해방지회담, 적십자 회담 등 남북 회담장소로 활용되다가, 2010년 5·24조치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다시 폐쇄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8년 개·보수를 거쳐 연락사무소 사무실로 쓰이면서는 2층과 4층에 각각 남·북 인력이 상주 근무하며 일상적으로 대면 소통이 가능한 여건이 만들어졌다.
남북이 24시간·365일 안정적 소통을 할 채널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개소 이후 산림협력, 체육, 보건의료협력, 통신 등 각종 분야의 남북 간 회담이나 실무 회의도 연락사무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남북 교류의 거점 역할도 수행했다.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남북은 총 132건의 통지문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중 31건이 당국회담과 실무회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고, 85건은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돼 '노딜'로 끝난 이후엔 남북 소장 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올해 1월 30일부터는 남측 인력이 철수, 대면 운영이 중단됐다.

이후에도 남북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정기적으로 통화하며 비대면 소통을 이어갔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은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발표하면서 통화는 차단됐다.

결국 지난 4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연락사무소 철거를 처음 언급하고, 12일 만인 이날 북한이 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면서 연락사무소는 개소 21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