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측이 특사파견 제안"…국정원-통전부 핫라인 통했나

중대국면서 소통창구 역할 해와…가동 여부 주목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측의 특사파견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메시지가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조선중앙통신은 17일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김정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 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밝힌 특사파견 요청 날짜는 6·15 남북정상회담 20주년이던 지난 15일이다.

특사파견 계획은 북한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남측이 특사파견을 요청하며 일자를 논의하자는 메시지를 북에 전달했고 이를 북측이 받아본 것이 확인된 셈이다.북한이 지난 9일부터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끊겠다고 밝힌 뒤 실제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및 함정 간 핫라인, 판문점 채널 등 남북 간 연락 채널은 모두 먹통이 됐다.

채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남측의 통화 시도에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다.

청와대와 당 중앙위 본부 간 핫라인을 포함한 이들 채널을 차단하겠다고 한 북한의 통보가 현실화한 것이다.그런 점에서 특사파견에 관한 이번 연락은 국가정보원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을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북한이 차단·폐기하겠다고 선언한 통신 연락선에 국정원-통전부 핫라인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과거에도 남북 간 중대 국면마다 막후 소통을 맡아 온 이 채널이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이번 국면에서도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정원-통전부 핫라인은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연결됐고,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둔 대북정책이 추진되면서 단절됐고 이런 상황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파견하는 것을 계기로 복원됐다.

당시 북측은 이 핫라인을 통해 고위급 대표단의 명단과 방남 일정 등을 남쪽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고, 문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다시 김 위원장에게 보냈을 때도 이 핫라인이 활용됐을 거란 분석이 나왔다.다만 현재 국정원-통전부 핫라인이 살아있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