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디플레 우려에 물가안정목표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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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4000억달러로 충분""지금처럼 디플레(경기침체 속 물가하락)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현실에 적합한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창립 70주년 기념 EBS 다큐멘터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존의 물가안정목표제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에 초점을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금리를 운용할 때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보는데, 서로 상충되는 그런 복수의 통화정책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중앙은행의 역할은 금융불균형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의 통화완화 정책이 금융불균형을 누적시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 위기는 좀 다르겠지만, 2008년 금융위기라든가 1997년 외환위기, 또 대공황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금융위기 발단은 신용의 과도한 팽창, 또 거기에 따른 자산가격의 거품, 이런 금융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이후 일명 '한국판 양적완화'를 진행했다.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시장에 약 13조원을 공급했다. 통상 한국은행은 RP 매입 시 금액 총량을 정한다. 이 총재는 "이번엔 금리만 정해놓고 필요로 하는 돈을 다 제공했다"며 "과거와 좀 다르고 그래서 소위 무제한 RP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했다.
무제한 RP 매입은 시장 안정에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그는 "무제한 RP 매입을 통해 13조원 가량을 시장에 공급했고, 금융 회사들의 자금사정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신용리스크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금융시장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주식 시장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미 중앙은행(Fed)과 600억달러(약 72조7600억원)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3월19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발표하자마자 다음날 우리 코스피가 7% 이상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하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며 "실제로 한은은 통화스와프 자금 중 200억달러를 이미 시장에 공급했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하락하는 등 국내 외환 부분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대외충격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보유고는 최종적인 대외지급준비 자산을 뜻하며,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이 총재는 "외환 보유고를 4000억달러 조금 넘게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규모는 소위 어떤 대외충격이 발생했을 때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규모"라며 "한국은행에선 외환보유고를 적정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유지시켜 나가는 쪽에 역점을 두고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