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포기하지 말길" 벼랑 끝 여고생에게 키다리아저씨 손길

가혹한 환경에서 의사 꿈 키우며 학업 매진
극도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의사의 꿈을 키워가던 여고생에게 후원의 손길을 내민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7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된 A양은 지금까지 가혹하리만큼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A양이 갓 태어났을 무렵 A양의 아버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가족들의 돌봄을 받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마땅히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던 A양의 어머니는 갓 난 A양을 키우면서 동시에 남편의 병시중을 홀로 도맡아야 했다. 그렇게 8년을 보내던 A양의 어머니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또 다른 화근이 됐다.

우울증 약을 먹을 경우 약 1% 가능성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파킨슨병이 A양 어머니에게 찾아왔다.

4년 전부터 점점 거동이 불편해지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어머니를 A양은 홀로 돌봐야 했다. 특별히 소득이 없었던 A양의 가족은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비로 겨우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A양은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당장 아르바이트로 푼돈이라도 벌면 가정 형편에 조금이나마 도움은 되겠지만, A양은 어려움을 견디며 공부에 전념했다. A양에겐 의사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절한 의지와 노력으로 무장한 A양은 전교생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하다.

다른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이나 과외는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지만 EBS 강의로 충분하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A양의 우수한 성적에 의대 진학을 적극적으로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가 돼 부모님처럼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다는 A양은 이미 전 학기 장학금을 주는 대학교까지 특정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이러한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동사무소 복지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10만∼20만원씩을 따로 건넨 적도 있지만, A양의 어머니는 "다른 일로도 도움을 많이 받는데 염치없이 돈까지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개인적으로 돈을 주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어서 항상 마음이 무거웠던 복지 담당자는 마침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아온 김기락 신부에게 이러한 사정을 전했다.

김 신부는 곧바로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수도회는 후원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수도회는 올해부터 A양이 대학교 4학년이 되는 2027년까지 매달 생계비 30만원을 후원하고, 연간 장학금 100만원씩 지급하는 등 7년간 3천22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후원 기간이 끝난 뒤에도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계속 후원한다는 방침이다. 남구 관계자는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에서 학생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며 "A양이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구청에서도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