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獨 라이프치히는 '여름 음악축제' 어떻게 열었나

'게반트하우스 축제' 첫 무대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진

지난 7일 개막해 한 달간 공연
500석 음악홀에 87명까지 입장
'무대 위 거리두기'…실내악 편성
공연 횟수 두 배, 출연료는 절반

"12월 내한 공연서 관객 만나길"
라이프치히 여름 음악축제의 첫 무대를 장식할 게반트하우스 콰르텟. 왼쪽부터 주르냐코프 팀, 안톤 지바예, 조윤진, 프랑크-마이클 에르벤. 롯데문화재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클래식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아직까지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연주단체들이 대면 공연을 열지 못하고 있다. 뉴욕필하모닉은 내년 1월까지 모든 공연을 취소했고, 베를린 필하모닉과 네덜란드 로얄콘세트르헤바우오케스트라는 무관중 온라인 공연만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여름 클래식 축제를 열어 관객들을 불러모으는 공연장이 있다. 세계 최고(最古) 민간 오케스트라인 270여 년 전통의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다. 지난 7일 LGO 음악감독인 세계적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의 주도로 여름 음악 축제를 시작했다. 다음달 12일까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멘델스존홀에서 실내악 위주의 다양한 음악회를 연다. 모두 관객 대면 공연이다. 이들은 어떻게 올해 첫 여름 클래식 축제를 열 수 있었을까. 첫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진(37)에게 14일 전화를 걸었다. 이후로도 몇 차례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조윤진은 LGO의 첫 여성 부악장이자 종신단원이다. 축제의 개막 공연을 연 게반트하우스 콰르텟에서 제2 바이올린을 맡고 있다.“클래식 애호가들의 간절한 요청이 있었죠. 게반트하우스의 1년짜리 시즌권을 끊은 회원이 많아요. 매년 유럽 전역에 있는 회원들이 여름 축제를 보러 오죠. 축제 관람권도 시즌권 회원들에게 먼저 판매했어요.”

축제 개최는 라이프치히가 속한 작센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 덕분에 가능했다. 주정부는 관객 수 150명 이하의 음악회는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게반트하우스는 축제기간에 방역을 철저히 준비했다. 5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멘델스존홀에 최대 87명까지 예매를 받았다. 관객들은 양옆과 앞뒤로 2m씩 띄어 앉는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객석뿐 아니라 무대에서도 거리두기를 적용해 1.5m씩 떨어져 연주합니다. 리허설과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죠. 주 보건소 직원들이 예고없이 연습실을 찾아 점검도 했고요.”대편성 오케스트라 공연은 축제 프로그램에서 빠졌다. ‘무대 위 거리두기’로 많은 수의 단원이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4중주(콰르텟), 5중주(퀸텟) 등 실내악 공연을 마련하고 오케스트라 현악단과 관악단원들이 파트별로 나눠 무대에 오른다. 넬슨스가 지휘봉을 잡는 피날레 공연은 4회에 걸쳐 열린다. “관객 규모를 줄인 대신 같은 레퍼토리의 공연 횟수를 늘렸습니다. 하루에 오후 3시와 오후 6시 두 번 연주해요. 연주하는 동안 인터미션도 없어 체력적으로 힘들죠. 그래도 오랜만에 관객과 함께하는 공연이라 다들 들떠있습니다.”

공연 횟수가 늘어나면 출연료 등 축제 제작비도 뛰어오른다. 코로나19로 4개월 동안 문을 닫아 오케스트라의 재정 상태도 악화됐다. “지난달 축제 관련 계약을 맺을 때 회당 출연료가 절반 가까이 줄었죠. 단원들은 오케스트라가 처한 위기에 공감해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객원 연주자였어요. 이들에게 출연료가 곧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 쉽게 낮추려 하지 않았죠.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면 공연이 희소해지자 계약을 체결하더라고요.”

프랑크-마이클 에르벤(바이올린)과 조윤진, 안톤 지바예(비올라), 주르냐코프 팀(첼로)으로 구성된 게반트하우스 콰르텟은 오는 12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현악 4중주 6번과 11번, 14번을 들려줄 예정입니다. 코로나19가 진정돼 한국에서도 꼭 관객들과 직접 마주하고 연주하고 싶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