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인천·대전 '투기과열'…고양·시흥·청주 '조정대상'
입력
수정
지면A2
집값 급등 '풍선효과'에…수도권 통째로 규제정부가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지정한다. 기존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비규제 지역 집값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대출, 세금, 청약 등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일각에선 “이러다간 전 국토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집값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일부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더 강도 높은 규제를 하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 31곳→48곳, 조정대상지역 44→69곳
김현미 "투기 차단…집값 급등시 언제든 추가 조치"
일각 "실수요자 유탄…전 국토 규제지역 될 판" 비판
투기 수요 차단한다지만…정부는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경기 고양과 안성·오산·시흥, 인천, 대전, 충북 청주 등 2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또 경기 성남 수정구, 수원, 안산 단원구, 인천 연수구, 대전 유성구 등 17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하기로 했다.
▶본지 6월 16일자 A1, 13면 참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키로 했다”고 밝혔다.이번 대책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은 69개로, 투기과열지구는 48개로 늘어난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에는 일부 자연보전권역과 접경지역을 제외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 지역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19일 규제지역 신규 지정에 관한 내용이 관보에 게재되면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대폭 늘리면서 내세운 이유는 해당 지역에서 집값 상승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전국 주택 가격이 지난해 발표한 ‘12·16 대책’ 이후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이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셋째주 대비 이달 둘째주의 집값 변동률을 비교하면 안산의 집값 상승률은 0.33%에서 0.51%로 뛰었다. 수도권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산은 0.18%에서 0.31%로 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산과 오산 지역에서는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매수세가 강해 집값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은 1년간 집값 누적 상승률이 11.50%에 달했고 지난달 들어 상승폭이 더 커졌다. 청주는 인근 지역인 세종과 대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5월 초 방사능가속기 유치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역대 최저 수준인 금리와 급격한 유동성 증가로 투기 수요가 주택시장에 유입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효과 없으면 언제든 추가 대책”
부동산 규제지역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구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조정대상지역은 2016년 ‘11·3 대책’에서 처음 나왔다. 처음에는 분양권 전매 등 청약 규제를 위해 지정됐으나 차츰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종합 규제지역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의 LTV는 9억원 이하 구간에선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된다. DTI는 50%를 적용받는다.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투기과열지구 규제는 한동안 시장에서 유명무실했다가 2017년 ‘8·2 대책’을 통해 부활했다. 조정대상지역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가 적용된다. LTV가 9억원 이하 주택엔 40%, 9억원 초과엔 20%로 제한되고 15억원 초과 주택엔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DTI는 40%가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면서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은 대구 수성뿐이다.투기지역은 국토부의 요청을 받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다. 세 가지 부동산 규제 지역 중 강도가 가장 셌으나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강도가 비슷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기재부와 국토부는 투기지역 규제를 기존 규제와 합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되면서 전 국토가 부동산 규제 지역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모든 지역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규제에서 제외된 경기 동부와 접경 지역에서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규제 지역을 추가 지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현미 장관도 “이번 대책이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제도적 대처방안을 마련해 대응하겠다”며 규제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