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스타트업 성공기…그 뒤엔 '삼성전자 C랩' 있었다

기술·경영 노하우 전수 받아
e블루채널 매출 1년새 10배↑

이재용 부회장 '동행철학' 결실
‘삼성전자 뉴스룸’ 유튜브 캡처
“저희만큼 삼성전자 멘토님들을 ‘빼먹은’ 기업이 있을까요.”

약국 의약품 통합관리 솔루션 개발 업체 e블루채널을 운영하는 이나현 대표(사진 오른쪽)의 얘기다. e블루채널은 외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이 대표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이 17일 유튜브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평범한 ‘동네 아줌마’였다. 국밥집, 편의점 등을 운영했고 나이도 54세로 적지 않다. 그가 스타트업을 설립한 것은 2016년이다. 이 대표는 편의점의 매출과 재고를 관리하는 포스단말기를 보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약국에 편의점과 같은 재고관리 솔루션을 도입하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스타트업이 갓 만든 솔루션을 쓰겠다는 약국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폐업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지난해 3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센터가 사무실을 제공하고 삼성전자 C랩이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프로그램의 골자였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술뿐 아니라 조직 관리, 영업 등 경영 노하우 전반을 전수받았다. 삼성전자를 등에 업은 e블루채널은 약국 솔루션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년 전 10개에 불과했던 거래 약국이 150개로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은 지난해의 10배인 14억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8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며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5년간 외부 스타트업 300개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멘토로 활약한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에는 사업자금도 지원한다.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이 힘을 받게 된 배경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행 철학’이 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하우를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과 나눠 국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뜻을 수시로 밝혀왔다. 지난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선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