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공든 탑'…원칙 훼손 北에 폭발한 문대통령

'유리그릇' 비유해 남북관계 관리…선 넘는 언사에 무관용 천명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2019년 8월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현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실험과 6차 핵실험이 이어질 때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단호하게 비판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간다는 일종의 '약속'이 없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거치고 나서는 군사적 행위로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원칙하에 김 위원장과의 신뢰를 토대로 대북 관계에 정성을 기울였다.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양측의 견해차로 회담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판문점에서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한 게 대표적이다.북한의 비핵화 구상을 미측에 지속해서 설명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의 가능성을 북측에도 꾸준히 전달했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의 도발이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월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이뤄진 KBS 특집 대담 당시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한 북한의 태도를 비판했다.그럼에도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밝히라"고 말하는 등 북측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끊임없이 촉구했다.

이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확인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남북이 합의한 원칙을 깬 '선을 넘는 행위'다.

그동안 공 들여온 남북관계가 흔들리는 현실을 목도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허탈감, 나아가 분노를 감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유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16일 NSC 상임위 회의 브리핑에서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17일 김 부부장의 담화를 '무례한 어조',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처럼 청와대가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도 결국 문 대통령의 인식이 투영됐다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