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서 잘나가는 '한국참외' 재배하는 현지인

요가 푸르노모씨 "달콤한 참외 맛으로 블루오션 개척 자부심"

"참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참외라고 부르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서부자바주 브카시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인도네시아인 요가 푸르노모(57)씨는 지난 15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참외의 달콤한 맛에 인도네시아인들도 점차 빠져들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명문 가자마다대학교 농업공학과를 나온 요가씨는 중장비업체 유나이티드 트랙터에서 29년간 근무하고 2017년 퇴임한 뒤 브카시의 친구 땅을 빌려 과일 농사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멜론과 골든 멜론을 심었는데 기존 재배농이 많아서 판로개척이 힘들었다"며 "우연히 한국분이 '그러지 말고 참외를 키워봐라'고 추천해 멜론 사업을 접고 한국 참외 씨를 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이어 "2018년 11월부터 한인 마트인 무궁화마트에 공급을 시작했고, 점차 수요와 생산량이 늘어 지금은 캠칙, 아이언몰 등 현지 프리미엄 마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한국인들만 사 먹다가, 일본인·중국인에 이어 이제는 인도네시아인들도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요가씨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한국 참외 맛을 알리고, 블루오션 마켓을 개척했다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한국산 참외는 2016년 열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멜론류로 분류되고, '코리안 멜론'(Korean Melon)이라는 국제 명칭을 얻었다.
요가씨의 브카시 참외 농장은 자카르타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일반 가정집 같지만,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1천500㎡(453평) 부지에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다.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32도로 맞춰져 있어 들어간 지 5분만 지나도 땀이 흘렀다.참외는 심은 지 50∼60일 사이에 무게가 350g 이상 되면 수확한다.

요가씨는 비닐하우스를 반으로 나눠 매달 절반씩 수확하도록 참외를 키운다.

한 줄에 55개의 화분(화분당 모종 두 개)을 배치, 총 32줄·1천760개의 화분이 있다.

매달 16줄씩 수확, 상품 가치가 있는 참외를 골라 통상 2천700개를 판매한다.

요가씨는 "참외 모종이 심어진 화분에 흙이 없는 게 특징"이라며 "코코넛(야자) 껍질과 비료를 배합해 흙 없이 참외를 키운다"고 자랑했다.

그는 "내가 참외를 키우기 이전에도 한국분들이 참외를 키워 한인 마트에 공급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계속 이어지지 않고 간헐적이었다"며 "나는 매달 비닐하우스 절반씩 번갈아 참외를 수확해 안정적으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요가씨는 직원 세 명과 함께 참외를 키운다.

그는 "브카시 농장에서 키운 참외 월수입은 5천만 루피아(433만원) 안팎"이라고 소개했다.

게다가 참외 수요가 늘어나자, 서부자바·중부자바·동부자바의 농장에 참외 위탁재배도 하고 있다.

요가씨는 "3개 지역 농장에 한국 참외 씨를 공급하고, 재배법을 가르쳐 참외를 생산하고 있다"며 "(농부들에게) 위탁 재배를 맡긴 참외도 모두 내가 한꺼번에 판매하기에, 월 매출액은 총 2억5천만 루피아(2천165만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참외 수요가 더 늘었다"며 "비타민C 약값은 올라갔지만, 과일값은 그대로라서 손님들이 더 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1인당 연간 GDP(국내총생산)는 4천175달러(495만원)였기에, 요가씨의 참외 재배는 상당히 고수익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요가씨는 참외 재배·판매가 궤도에 오르면서, 감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다른 과일로 재배품목 확대를 꿈꾸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과일 재배 기법이 많이 낙후돼 있어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떨어지고 중국·미국산 과일도 많이 수입한다"며 "한국 참외를 시작으로 과일 농사를 더 잘 짓고, 관련 기술을 많은 이들에게 교육하고 싶다"고 말했다.요가씨는 특히 "지금까지 한국을 한 번도 못 가봤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농사법도 배우고, 더 좋은 참외 씨를 수입해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