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후 부산 첫 스쿨존 사망…책임 미루는 부끄러운 어른들 [승재현의 사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와
[(사)회 (이)슈를 (다)루는 시간-사이다]

책임지는 어른 하나 없는 세상
죄없이 죽은 아이는 하늘나라에서 뭐라 할까
15일 부산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6세 아동을 치어 숨지게 한 아반떼 승용차가 사고 직전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 모습.(빨간색 원)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CCTV 영상 캡처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쯤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6세 여아는 치료를 받던 중 다음날 17일 오전 2시 41분 끝내 사망했다. 같이 사고를 당한 어머니는 팔 골절상을 입었고, 뒤에서 따라오던 언니는 가까스로 사고를 면했다.

도대체 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것일까.사고순간을 좀 살펴보자. 스쿨존에서 20m 떨어진 지점에서 산타페 차량이 불법좌회전을 하면서 직진을 하던 아반떼 차량과 추돌하였다. 사고 이후 불법 좌회전 산타페 차량은 멈췄다. 그러나 아반떼 차량은 멈추지 않고 약 20m를 시속 30~40Km 속도로 내달려 초등학교 앞 보행로 난간을 뚫고 지나 학교 담장을 허물고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때 보행로를 걷고 있던 6세 여아를 충격한 것이다. 부산경찰서에서는 ‘아반떼 차량 운전자가 산타페 차량과 추돌 후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사건 발생 후 산타페 운전자는 불법 좌회전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망사고의 원인은 아반떼 운전자라고 주장하고, 아반떼 운전자는 불법 좌회전을 한 산타페 차량 때문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스쿨존서 승용차가 모녀 덮쳐…6세 아동 끝내 사망 (사진=연합뉴스)
이 사고로 초등학교 앞 보행로에서 어떠한 잘못도 없이 행복하게 어머니와 같이 걷고 있던 6세 여야가 사망했다. 그런데 분명 사고 원인에 잘못이 있는 어른들은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산타페 차량은 분명히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불법 좌회전을 통해 교통사고를 유발하였다. 여아사망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사고 충격이 아반떼 차량을 전복시키거나, 운전자 정신을 즉시 잃어버리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CCTV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아반떼 운전자는 보행난간에 이르기 전에 설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보행난간을 뚫고 지나갈 때까지 서지 않았다. 여야 사망에 아반떼 운전자 역시 책임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당황’이 ‘과실’을 덮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둘 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팔 골절을 입은 어머니는 ‘내가 아이를 보호했어야 했는데’,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혹은 ‘10초만 늦게 지나갔거나, 빨리 지나갔더라면’ 하는 생각으로 평생 자책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따라오던 언니에게 사고 현장의 충격은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교통사고 발생에 어떠한 잘못도 없는 어머니와 언니는 자책하고 있는 반면, 교통사고 발생에 잘못이 있는 어른들은 잘못이 없다고 공방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억울한 죽음의 당사자인 어린이가 하늘나라에서 본다면 뭐라 할까? 한없이 부끄럽고, 너무 미안하다.
스쿨존서 모녀 덮친 뒤 추락한 승용차 (사진=연합뉴스)
사법당국은 각 자동차의 블랙박스, 사고 직후의 CCTV 등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사고 자동차의 상태 등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또한 추돌시 아반떼 운전자의 머리 부딪침 여부 및 강도 등을 꼼꼼히 살펴 사건의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밝혀 엄히 처벌해야 한다. 한점 잘못 없이 억울하게 사망한 아이와 그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우일 것이다.

이후 민사소송에서 산타페 차량 보험회사와 아반떼 차량 보험회사도 절대 책임소재 등을 이유로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액 지급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아무런 잘못 없는 어린 생명이 피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사건이다. 일단 지급하고 보험사 상호간에 과실 비율을 따져 구상해도 늦지 않다.마지막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설치된 보호난간도 문제가 크다. 기준에 맞게 했으니 책임을 다했다 그러지 말자.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면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이지 않았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