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볼보'라지만 "이대론 안된다"…1500억 더 쏟는 이유

[현장+] 볼보-자동차기자협회 간담회

▽ 메이저 기준 1만대 클럽 입성, 정비 수요 ↑
▽ 대응 늦으면 시장 외면…고객 만족도 '관건'
▽ 1500억원 들여 서비스센터·워크베이 2배 확대
볼보는 고객 응대를 전문 정비사가 맡아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볼보 코리아
지난해 수입차 1만대 클럽에 입성하며 메이저 브랜드로 거듭난 볼보가 급격한 성장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없애고자 특단의 투자 조치를 내린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18일 성남 서현전시장에서 한국자동차기자협회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2023년까지 서비스센터 확장에 1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서비스 통합 브랜드 '서비스 바이 볼보'도 선보인다.2014년 국내 시장에서 채 3000대도 팔지 못하며 수입차 업계에서 마이너 브랜드로 치부되던 볼보가 지난해 1만대 클럽에 입성하며 메이저 브랜드로 거듭났다. 볼보의 연간 판매량은 2014년 2976대, 2015년 4238대, 2016년 5206대, 2017년 6604대, 2018년 8524대, 2019년 1만570대로 지속 성장을 거듭했다.

전체 수입차 시장과 비교하면 볼보의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시장은 25% 증가했지만, 볼보의 성장률은 255%에 달한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5414대를 팔며 1만대 클럽 입성을 예약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가 최근 5년 사이 볼보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모든 브랜드에게 급격한 성장은 반길 일이지만, 이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급증하는 판매량은 동시에 정비 수요의 급증을 의미한다. 차량이 고장났는데 서비스센터가 가득차 차량을 입고할 수 없고 수리가 늦춰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면 차량을 구매했던 소비자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외면하게 된다.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큰 인기를 얻었다가 AS 불만에 외면받아 판매량이 급감한 곳도 있다. 볼보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볼보 역시 과거 느린 부품 수급과 정비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이윤모 대표는 "2015년 도로 위를 달리는 볼보 차량이 2만6900대였는데, 워크베이는 55개에 불과했다"며 "그간 서비스센터와 워크베이 확충에 집중했다. 지난해 볼보 차량은 6만1000대에 달했는데 워크베이는 160개였다"고 말했다. 489대에 1개 꼴이던 워크베이가 381대에 1개 꼴로 늘어난 것이다.

이 대표는 "판매량은 급증했는데 워크베이를 확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타 브랜드를 보기도 했다"며 "(과거에는 볼보 역시) 비판도 받았지만 이제는 이르면 당일, 늦어도 5일 내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수입차 가운데 대기가 가장 짧다"고 자신했다.
송경란 전무가 볼보의 서비스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는 순정 부품 보유율을 95%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수도권은 일 2회, 지방은 일 1회 부품 배송이 이뤄진다. 5년 또는 10만km 무상보증 서비스도 제공된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세를 감안하면 정비 서비스의 강화도 시급하다는 것이 볼보의 판단이었다.정비 서비스 강화를 위해 마련한 것이 이번 '서비스 바이 볼보'다. △고객 부담을 줄이는 안심 케어 △전문 정비사 관리를 통한 차량 컨디션 유지 △사용자 경험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로 구성된다.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이 대표는 "2023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서비스센터를 27곳에서 52곳으로, 워크베이는 160개에서 316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서비스센터와 워크베이를 각각 93%, 95% 늘려 신차 판매량이 지속 늘어나더라도 고객들이 빠르고 편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서비스 정책도 강화한다. 현재 5년 또는 10만km까지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부품 가격과 공임 등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지만, 보증 기간이 넘은 차량의 경우 유지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볼보 서비스센터에서는 빠른 수리를 위해 입고된 차량마다 전문정비사를 2명씩 배정한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는 이달부터 유상수리를 받은 부품에 대해 수리를 무료로 제공하는 평생 보증 제도를 도입했다. 이 대표는 "부품을 포함한 공임까지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정책"이라며 "신차 가격은 국산차보다 비싸지만, 5~7년 가량 소유하며 드는 비용은 국산차보다도 적게 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S90, XC90 등 90 클러스터에만 제공되던 수리 후 무료 탁송 서비스도 내년부터는 다른 모델로 확장될 예정이다. 송경란 고객서비스 총괄 전무는 "고객이 볼보와 함께하는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방침 하에 무상보증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무료 탁송 서비스를 제공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생 무상 사고 견인 △소프트웨어·지도 무상 업데이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고전압 배터리 8년 또는 16만km 무상보증도 지속 제공된다.

내달 새로운 서비스예약 앱(응용프로그램)도 내놓는다. 이 앱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서비스센터에 정비 예약을 할 수 있고 입고된 차량이 정비되는 과정을 푸시 알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볼보가 서비스 통합 브랜드 '서비스 바이 볼보'를 선보인다. 사진=볼보 코리아
고객 응대는 차량을 담당하는 전문 정비사가 직접 맡아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고객 라운지에서 작업 현장을 지켜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오는 8월부터는 태블릿 대여를 통해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볼보가 세계 각국 지사에서 진행하는 고객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국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75.3점으로 세계 3위를 기록, 볼보의 모국인 스웨덴(65.9점)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볼보 본사는 한국을 성장가능성이 크고 아시아에 끼치는 영향도 큰 중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서비스 강화로 인해 볼보코리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본사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적극 지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소비자 만족도를 1위로 높이는 것이 볼보 코리아의 목표"라고 덧붙였다.또 올해 판매 목표로는 1만2000대를 제시했다. 볼보 코리아는 "XC40, XC60, V60 등 인기 차량의 올해 판매 물량을 지난해 대비 50% 늘리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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