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난히 덥다는데…찜통교실 '마스크 수업' 어쩌나

코로나19로 에어컨 사용 제한, 제주서 수업하던 교사 숨져
학사일정 늦어져 여름방학 축소…교사·학생 힘든 여름 예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마스크 절대 벗으면 안 돼… 대신 엄마가 맛있는 간식 해줄게"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충북 충주의 A(38)씨는 아침마다 어린 딸과 한바탕 등교 전쟁을 치른다.

날씨가 더워 마스크 쓰는 게 불편하다고 짜증 부리는 딸을 간신히 달래 학교에 보내면서도 마음이 영 불편하다.

그는 "요즘 날씨는 어른도 견디기 힘든데, 하루종일 마스크를 쓴 채 수업하는 교실 속 아이들은 얼마나 짜증스럽겠냐"며 안쓰러워했다.그의 딸이 다니는 학교의 B 교감은 "요즘 등교 시간이면 마스크 착용 문제로 학교 앞까지 배웅나온 부모와 실랑이하는 저학년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며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 쓰는 걸 힘들어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B 교감은 "교사들도 후텁지근한 교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4∼5시간 수업하면 녹초가 된다"며 "이대로 여름을 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지난 11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던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교실에서 쓰러져 이튿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숨진 교사는 평소 심혈관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온라인과 등교수업 병행에 따른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가 죽음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들어 학교 현장은 연일 더위와 싸움하고 있다.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에어컨을 틀 수도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감염이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혹시 모를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서다.

충북지역 학교들은 에어컨 가동 수칙에 따라 바람이 사람의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바람 세기도 낮춰서 가동하다 보니 냉방에도 한계가 있다.

마스크를 쓴 상태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청주의 한 교사는 "한낮에는 10분만 수업해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며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더위가 유난히 심할 것으로 예보했다.

평년 평균 9.8일이던 폭염 일수가 올해는 20∼25일에 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놨다.

평균 기온 역시 평년보다 0.5∼1.5도 높아 짜증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학사일정이 늦어진 상황이어서 아무리 찜통더위라도 등교를 멈출 수는 없다.

학사일정을 맞추려면 대부분 학교가 8월 이후에나 여름방학에 들어갈 수 있다.

충주의 한 초등학교는 애초 7월 21일부터 8월 24일에 진행하려던 여름방학을 8월 10일부터 8월 26일로 축소 조정했다.

이 학교 교감은 "올해는 무더위가 절정에 치닫는 7월 하순과 8월 초순에도 등교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찜통 수업' 우려가 커지면서 교육당국이 덴탈 마스크 공급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덴탈 마스크 150만장을 구매해 이달 30일까지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15만1천여명에게 지급한다.

교사들도 50장씩 지급받는다.

충북도교육청은 폭염 대비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폭염특보가 내려질 경우 등·하교 시간 조정, 휴업 등을 신속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교육청도 철저히 환기하면서 에어컨 사용을 권장하는 등 학교장의 재량으로 더위에 대응하도록 했다.(변우열 허광무 백나용 한무선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