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금 논란'으로 재확인한 정부의 대학 간섭, 이젠 끝내야

봄 학기 대면강좌가 무산된 대학가에 ‘등록금 반환’ 논란이 거세다. ‘코로나 쇼크’로 학사 일정이 파행을 빚었으니 일부라도 등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학생들 주장이 안타깝기만 하다. 겉으로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지만, 내면에는 일자리도 없고 미래는 어둡기만 한 현실에 대한 좌절감과 기성세대를 향한 원망이 깔렸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딱하기는 대학 당국도 마찬가지다. 대학 운영이 강좌 개설로만 볼 게 아닌 데다, 인터넷강의 인프라 투자도 했을 것이다. 가을 학기도 정상화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판에 등록금을 돌려주면 앞으로는 어떻게 되겠느냐는 불안이 당장의 자금 사정보다 더 큰 걱정일 수도 있다. 대학 재정이 그만큼 취약하다.대학가의 이번 갈등은 등록금에 과잉 의존하는 대학들의 가려진 실상, 불편한 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물론 빈약한 재정의 큰 요인은 12년째 동결된 ‘등록금 규제’일 것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시작된 등록금 간섭은 ‘교육 복지’라는 미명 아래 계속 강화됐다. 물가 상승분만큼의 인상도 막고 입학금까지 없애면서 대학은 생존에 급급하게 됐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학조차도 국제평가에서는 여전히 순위가 뒤처지는 판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고등교육 육성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재정 독립을 위한 대학의 노력이 충분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청년백수’가 급증하고 학령인구는 급감하는 현실을 직시했다면 전공특화, 자구노력, 기부확충, 운용자산 효율화 등으로 등록금 외 수입 확대에 전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하지만 손쉬운 게 정부에 손 벌리는 것이었고, 온갖 명목으로 지원금이 나갈 때마다 정부의 요구와 간섭도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12년간 전국 대학에 나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사업비가 총 49조6749억원에 달하면서 대학의 생사 존립이 정부에 좌우되는 기형적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판이니 등록금 반환 논란에 총리까지 개입하고, 3차 추경에 반환 예산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여당에서 나오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과연 끝까지 관철할지 의문이다. 올리든 내리든 등록금 책정부터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서 정부 간섭을 배제해야 궁극적으로 대학이 홀로 서고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학과 정원과 입시요강부터 재정 지원까지 모든 문제로 총장들이 교육부 담당 사무관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대학 체제는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