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공매도 금지' 풀리자 주가 더 올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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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이탈리아·스페인 등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을 두고 증권가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가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공매도를 다시 허용한 후 한 달간 주가가 우려와 달리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재개 후 상승폭 더 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벨기에 주가지수 BEL20은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달 18일(직전 종가 2932.21)부터 이달 17일(당일 종가 3440.91)까지 17.35% 상승했다. 금지 기간(3월 16일~5월 15일) 상승폭은 7.30%였다. 재개 뒤 상승폭이 더 컸다. 프랑스 CAC40도 공매도 금지 기간에 3.87%, 허용한 뒤 16.79% 올랐다.
유럽증권감독청(ESMA)은 증시가 폭락한 지난 3월 16일 공매도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발행 주식 수의 0.2% 이상을 공매도하면 이를 신고토록 했지만 기준을 0.1%로 낮췄다. 이를 계기로 벨기에·프랑스는 3월 16일, 이탈리아·스페인은 17일, 오스트리아는 18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들 국가는 일제히 지난달 18일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다.
허용 후 이탈리아 FTSEMIB와 스페인 IBEX35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줬다. FTSEMIB는 금지 기간과 이후에 각각 12.50%, 16.22% 상승했다. IBEX35는 6.02%, 15.50%씩 올랐다. 오스트리아 ATX는 금지 기간 상승폭이 20.48%로 이후(9.85%)보다 컸다.독일과 영국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야기한다는 근거가 없다”며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는 위험 회피(리스크 헤지)를 하려는 투자자의 거래 참여 의지를 꺾는다”며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을 봐도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았던 종목이 금지 뒤 주가가 더 많이 오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공매도를 예정대로 오는 9월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도 상당수 있어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는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에게 공매도 금지 효과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오는 8~9월께 중간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