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뒷골목 '물개카페' 프릳츠…삼성도 반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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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기자의 거리를 바꾼 카페들‘갈매기 골목’으로 불리는 서울 마포 가든호텔 뒷길. 오래된 음식점 사이 밤낮으로 붐비는 카페가 하나 있다. 빵 굽는 냄새에 먼저 이끌린다는 일명 ‘물개 카페’, 프릳츠커피컴퍼니다.
2014년 문을 연 프릳츠는 ‘레트로 카페’의 원조다. 낡은 한옥 속에서 세련된 커피와 빵의 맛이 어우러져 단숨에 2030세대가 열광하는 공간이 됐다. 3년도 채 버티기 어렵다는 커피시장에서 프릳츠는 5년 만에 연매출 80억원을 올리는 유명 브랜드가 됐다. 마포 도화점을 시작으로 종로 원서점, 양재점까지 매장이 세 개로 늘었고, 전국 550곳의 카페에 로스팅한 원두를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젊은 세대를 매혹시킨 프릳츠를 연구했다. 지난해 신제품 냉장고 ‘비스포크’의 전시장과 광고 촬영지로 프릳츠를 택했고, 프릳츠 캐릭터를 활용해 갤럭시 컵, 문구류 등의 관련 용품을 내놓기도 했다.프릳츠는 6인의 공동 창업자가 시작했다. 바리스타 챔피언, 베이커리 전문가, 생두 바이어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모여 ‘빵과 커피가 맛있는 곳’을 만들기로 했다. 프릳츠 도화점에서 만난 김병기 대표(39·사진)는 “사계절 일정한 품질로 빵, 커피를 만들려면 부동산 때문에 생존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당시 다른 카페들이 가로수길, 합정동, 연남동 등에 경쟁하듯 몰릴 때 넥타이 부대가 많은 먹자골목에 자리를 잡은 이유다. 1호점인 마포 도화점은 물론 2호점인 양재점도 번화가와 거리가 먼 주택가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원서점은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좋은 조건으로 카페 자리를 내줬다.
프릳츠는 ‘부조화’를 콘셉트로 선택했다. 우선 브랜드 ‘프릳츠(fritz·고장난)’부터가 그렇다. 커피 전문점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은 한글 옛 표기법으로 쓸 수 있고, 특이하다는 이유로 선택됐다. 핵심 캐릭터인 물개도 커피와 관련이 없지만 남들이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점됐다. “그래서 기억하기 쉽다”는 논리다. 프릳츠가 개발한 물개 콘셉트의 컵과 에코백, 문구류 등은 고객층 사이에 ‘팬덤’을 형성했다. 요즘 1020세대엔 스타벅스의 인어 사이렌보다 프릳츠의 물개가 더 인기 있다.김 대표는 “카페를 멋있게 만드는 건 쉽지만, 사랑받는 카페가 되는 건 어렵다”고 강조한다. 직원들 임금을 업계 평균보다 30%가량 더 주고 있다. 작년에도 전 직원 연봉을 7%가량 올려줬다. 다른 카페들이 ‘대목’이라고 부르는 명절에도 프릳츠는 모두 쉰다. 결혼 수당, 상여금, 근속 수당은 물론 아이 한 명을 낳을 때마다 보너스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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