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오는 피서객 막을 수도…" 해수욕장 거리두기 고민

정부 권고 사전예약제 전남만 수용…다른 곳은 자체 대책 마련
방역·검역 강화, 파라솔 거리두기 총력전…계도요원 인해전술
'올빼미 피서객에 코로나 뚫릴라' 야간 개장 일제히 취소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수욕장 사전 예약제'는 어렵기 때문에 거부한 것이죠.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지요."
매년 1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국 최대 피서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전날 해양수산부가 전라남도를 제외하고는 전국의 해수욕장이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지 않고 자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각 기초단체 해수욕장 담당자들의 속내는 타들어 간다.

사전예약제를 하려면 1천만명의 예약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서버를 뚝딱 구축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 어려운 데다가, 예약제를 모르고 먼 곳에서 찾아온 방문객을 거부하는 것은 더 어렵다.해운대 한 관계자는 "예약제를 하기 위해 해변에 파라솔을 2m 간격으로 전부 깔고 파라솔 사이에는 모두 줄을 치라는 것인데 실상은 파라솔을 이용치 않는 피서객이 더 많고, 해변 어디로든 출입이 자유로운데 다 막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고를 거부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각 지자체가 거리 두기를 완벽하게 시행할 묘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민이 더 깊은 것이다.
충남 보령시는 방역과 검역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을 대상으로 입장 전 발열 체크를 의무화한다.

대천역·웅천역·보령종합버스터미널과 대천해수욕장 길목 6곳, 무창포해수욕장 길목 3곳에 검역소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검역소에서는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고 발열이 없는 관광객은 손목밴드를 착용하게 한다.

고열 등 의심 증상이 있는 관광객은 선별진료소로 이동해 검사를 받는다.

해운대 해수욕장도 피서객이 피서 용품을 빌릴 때마다 발열 체크를 하고, 매시간 안내방송과 마스크 쓰기 홍보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해전술'도 동원된다.

충남 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 근무 인원을 1일 평균 473명에서 789명으로, 무창포해수욕장은 1일 80명에서 238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해운대도 희망 일자리 사업을 통해 해수욕장 임시근로자 200명을 충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변 파라솔은 2m 이상 널찍하게 설치하되 향후 역학조사 등의 가능성에도 대비해 이용자 정보를 관리한다.

해운대는 전자 결제 시스템 인식번호를 통해 이용자를 관리하고, 연간 이용객이 30만명이 넘는 강원도 8개 해수욕장은 파라솔별로 숫자를 매겨 관리한다.

방역에 비상이 걸린 공동 샤워장 등 다중이용시설도 환기와 이용 인원 제한을 통해 코로나 확산을 방지한다.

해운대는 8개 샤워장의 천장에 창을 냈고, 동시 입장객 수를 기존 절반으로 제한했다.

강원도 8개 해수욕장도 입장객 수 제한과 사용 후 소독 방침을 세웠다.

올빼미 피서객이 몰리는 '야간 해변'은 관리가 이뤄지는 낮보다 더 취약하다.

강릉시는 올해 경포해수욕장에 추진하던 야간 개장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시는 경포해수욕장 중앙 200m 구간에 조명등 시설을 설치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할 방침이었다.

제주도 11개 해수욕장도 밤 낭만을 선사하던 야간개장을 하지 않는다.

해운대 해수욕장도 2016년부터 하던 야간개장을 5년 만에 취소했다.

또 야간에도 피서객이 거리 두기를 하도록 계도 인원을 상시 배치한다는 방침이다.(이은파, 이해용, 고성식, 차근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