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관계 다 깨져…예정대로 對南전단 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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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고조북한이 “남북관계는 다 깨졌다”며 대남전단을 예정대로 살포하겠다고 재차 공언했다. 통일부의 자제 촉구엔 “한번 제대로 당해봐야 안다”고 답했고, 군사훈련을 겨냥해선 “함부로 나서서 졸망스럽게 놀아대다가는 큰 경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 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文대통령 사진에 꽁초 뿌리기도
한국 군사훈련 겨냥해선 경고
"함부로 나서면 경을 치르게 될 것"
북한군, DMZ에 병력 투입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21일 대변인 담화에서 “삐라 살포가 북남 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뿐더러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위반이요 뭐요 하는 때늦은 원칙성을 들고나오기 전에 북남 충돌의 도화선에 불을 달며 누가 먼저 무엇을 감행했고 묵인했으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켰던가를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통일부가 전날 북측의 전단 살포 예고 관련 유감 표명과 함께 즉각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북한이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통일부가 남쪽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강력 대응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북한의 대남전단이 남쪽으로 살포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통전부 대변인은 “이제는 휴지장이 되어버린 합의에 대하여 남조선당국은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남조선당국자들이 늘상 입에 달고 사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똑같이 한번 제대로 당해보아야 우리가 느끼는 혐오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것이 얼마나 기분 더러운 것인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고도 했다.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북한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량으로 인쇄된 대남전단 뭉치와 주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인쇄·정리하는 현장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얼굴 위에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합성한 전단 위에 꽁초와 담뱃재 등이 뿌려진 사진도 있었다. 전단에는 ‘평양에 와서 평양냉면, 철갑상어, 송이버섯 먹어 대는 문식성을 보고 서울 가서 큰일 할 줄 알았더니’, ‘구린내’, ‘천치’ 등의 조롱성 문구도 들어갔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대남 비방 여론전도 이어갔다. 노동신문은 이날 정세론해설을 통해 “남조선당국의 배신행위로 북남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지 오래며 사태가 지금과 같은 험악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며 “말로만 합의이행에 대해 떠들고, 실지 행동에서는 이쪽저쪽 눈치만 살피면서 제 할 바를 전혀 하지 않는 남조선당국의 고질적인 사대 근성과 무책임한 태도가 초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이날 군당국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잠복호에 소수의 병력을 진입시키고 있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당국은 이들이 파괴된 감시초소(GP)를 복구하는 작업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