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언택트, 온택트, 디지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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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등장한 신조어가 많다. 가장 자주 쓰는 ‘언택트(untact)’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접두사인 언(un)을 조합한 말이다. ‘비대면’ ‘비접촉’이라고도 한다. ‘온택트(ontact)’는 여기에 온라인을 통한 연결(on)을 합성한 용어다. 비대면 그룹 소통 방식을 의미하는 ‘인택트(interactive untact)’까지 나왔다. 셋 다 한국식 영어인 ‘콩글리시’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온택트 마케팅’과 ‘실감형 서비스’, 온라인 전시와 공연,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비대면 학습과 화상 면접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 유통업계다. CJ제일제당은 시식행사와 요리강좌 등 대면접촉이 어려워지자 ‘CJ더키친 랜선 쿠킹클래스’를 통해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온라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샘표식품도 ‘우리 맛 클래스’를 온라인 방식으로 개편했다.공연 쪽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세계 최초의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로 성공을 거뒀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으로 동시 접속자 75만6600여 명이라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90분간의 ‘방방콘’으로 벌어들인 티켓 수익만 250억원이 넘었다.
신입사원 채용 방식도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가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렀고, 대림은 면접을 화상으로 봤다. SK텔레콤도 그룹 영상통화 솔루션을 활용해 여럿이 동시에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공기관인 한국남부발전도 온택트 면접을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를 대변하는 용어에 언택트, 비대면, 비접촉 등의 부정어보다 긍정어를 쓰자고 제안한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언택트와 비대면을 ‘디지털 콘택트’와 ‘디지털 대면’, 이를 아우르는 축약어로 ‘디지택트(digitact)’를 쓰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게 새로운 경제와 산업에도 이롭다는 얘기다.인류 문명의 발전은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피는 꽃과 같다.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토양 위에 새롭게 피어나는 산업의 꽃에는 그에 맞는 이름이 필요하다. 김춘수 시에 비유하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된다. 최근 산업 변화의 무수한 ‘몸짓’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은 무엇일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온택트 마케팅’과 ‘실감형 서비스’, 온라인 전시와 공연,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비대면 학습과 화상 면접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 유통업계다. CJ제일제당은 시식행사와 요리강좌 등 대면접촉이 어려워지자 ‘CJ더키친 랜선 쿠킹클래스’를 통해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온라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샘표식품도 ‘우리 맛 클래스’를 온라인 방식으로 개편했다.공연 쪽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세계 최초의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로 성공을 거뒀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으로 동시 접속자 75만6600여 명이라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90분간의 ‘방방콘’으로 벌어들인 티켓 수익만 250억원이 넘었다.
신입사원 채용 방식도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가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렀고, 대림은 면접을 화상으로 봤다. SK텔레콤도 그룹 영상통화 솔루션을 활용해 여럿이 동시에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공기관인 한국남부발전도 온택트 면접을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를 대변하는 용어에 언택트, 비대면, 비접촉 등의 부정어보다 긍정어를 쓰자고 제안한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언택트와 비대면을 ‘디지털 콘택트’와 ‘디지털 대면’, 이를 아우르는 축약어로 ‘디지택트(digitact)’를 쓰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게 새로운 경제와 산업에도 이롭다는 얘기다.인류 문명의 발전은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피는 꽃과 같다.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토양 위에 새롭게 피어나는 산업의 꽃에는 그에 맞는 이름이 필요하다. 김춘수 시에 비유하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된다. 최근 산업 변화의 무수한 ‘몸짓’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은 무엇일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