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드라이플라워 구현우(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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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백야 속에서 네가 반쯤 웃고 있었다 매혹적인
이미지 외설적인 향기 몽환적인 목소리
너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은 한순간이 있었다
아주 잠깐 너를 꽉 안아주었다그것은 치사량의 사랑이었다 나는 네가 아름다운 채
살아 있길 바란 적은 없었으나 아름다웠던 채
죽기를 바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문학동네) 中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은 마음. 아주 잠깐 그 마음을 발현했을 뿐인데, 이 사람 한순간의 기억에 발이 묶이게 된 것일까? 가장 화창하게 핀 모습 그대로 더는 시들지 않는 드라이플라워 같은 사랑을 그려보다가 그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생각했다. “나는 네가 아름다운 채 살아 있길 바란 적은 없었으나 아름다웠던 채 죽기를 바란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므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란 이토록 아프게 아름답구나.
이소연 시인 (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