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신화와 함께 상상력의 바다에 풍덩…시인 정호승과 '울릉도 인문학 북콘서트'

경상북도
‘2020 경상북도 환동해 인문기행’의 첫 행사로 열린 ‘박찬일 셰프와 함께하는 두부 만들기 체험’. 경상북도 제공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인해 시민들은 심신이 지쳤다. 경상북도가 이런 관광객들의 마음을 헤아려 동해안 지역, 바다와 함께하는 매력적인 인문학 기행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시인, 셰프, 신화학자, 역사학자들을 바닷가 마을로 초청해 지역과 관련된 특강을 듣고 현장을 체험하는 색다른 관광프로그램이다.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는 지난 13~14일 ‘2020 경상북도 환동해 인문기행’사업의 첫 행사인 ‘박찬일 셰프와 함께하는 목은 이색의 두부 체험여행’을 개최했다. 대구·경북 시·도민을 우선 배려해 총 60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행사는 여말선초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목은 이색 선생의 생가가 있는 영덕 괴시리 전통마을에서 진행됐다. 첫날은 ‘박찬일 셰프와 함께하는 두부 만들기 체험’과 괴시리 전통마을 탐방 일정으로, 다음날은 신돌석 장군 유적지, 신재생에너지전시관, 강구항 방문으로 진행됐다.

행사의 메인 게스트로 참여한 박찬일 셰프는 글 쓰는 요리사, 셰프들의 셰프란 수식어로도 널리 알려진 명사(名士)다. ‘로칸다 몽로’ ‘광화문국밥’ 등 유명음식점을 직접 운영하며, ‘노포의 장사법’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백년식당’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인물이다.

‘목은 이색과 함께하는 두부 체험’ 행사는 목은 이색과 두부의 연관성 때문에 기획했다. 고려말의 성리학자인 목은 이색의 문집에서 한국 두부에 관한 첫 기록이 등장하며, 문집인 《목은시고(牧隱詩藁)》에도 ‘큰집에서 두부를 구해와서 먹여주다’ 등 두부를 다룬 시가 여러 수 실려 있다.‘2020 경상북도 환동해 인문기행’ 프로그램은 이처럼 경상북도 동해안 지역의 역사, 문학, 철학, 음식, 신화, 음악 등을 소재로 한 해양인문자원을 활용해 단행본 제작, 특강, 콘서트, 탐방 프로그램 운영 등 다채로운 인문학 콘텐츠를 선보인다.

7~8월 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4개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7월 18~19일에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동해를 꽃피우다’가 열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신화학자인 정재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경북 동해안의 신화에 대해 강의한다. 일본의 시조가 된 연오랑 세오녀 신화, 문무대왕과 동해의 용 신화, 감은사와 만파식적 설화 등을 오늘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8월 7~8일에는 섬의 날 제정 1주년 문화행사가 마련된다. 2019년 8월 8일 섬의 날 제정을 기념해 1주년이 되는 올해 개최되는 이 행사는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울릉도와 독도의 의미를 알리고, 동해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마련된 행사다.8월 22~23일 울릉도에서 열릴 예정인 ‘울릉도 인문학 북콘서트’는 사랑과 고통을 노래하며 인생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시편들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인 정호승 시인의 시와 강연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8월 28~30일에는 안도현 시인 등 네 명의 환동해 시인캠프도 열린다.

경상북도는 환동해 지역본부가 주최하는 고품격 인문기행 강좌 프로그램 외에 피서철을 맞아 경북 동해안 4개 시·군(포항, 경주, 영덕, 울진) 25개 해수욕장의 개장 준비를 마치고 손님맞이에 들어간 상태이다.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장대하고 웅장한 상상력의 바다에 비유되는 신화의 세계는 우리 동해를 빼닮았다”며 “이번 행사에 참여한 분들도 동해처럼 깨끗하고 정화된 생각과 마음을 품고 코로나19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