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항체진단 검사 놓고 두 달째 고심 중인 방역당국

美·獨선 항체진단 이미 활용
질본 "정확성 더 검증돼야"
“대구·경북처럼 광범위하게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난 곳을 대상으로 항체 양성률 조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올해 4월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국내에서 항체검사는 시작하지 못했다. 방역당국이 표준 검사법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2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하는 10세 이상 국민들의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위해 확보한 검체는 1500건 정도다. 조사 대상(7000건)의 21%에 이르는 검체를 이미 채취했다.

대구·경북지역 주민 1000여 명, 서울 등 수도권지역 주민 1500명, 신병훈련소 입영장병 등을 대상으로도 항체 검사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검사는 한 건도 시작하지 못했다. 검사법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국산 시약과 외국에서 수입한 시약을 평가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주 정도 중간 결과를 정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시판허가를 받은 코로나19 검사키트는 없다. 감염병 등 위급상황에 일시적으로 쓸 수 있는 긴급사용승인 제품이 유통된다. 바이러스 조각을 직접 확인하는 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검사 키트만 7개 승인받았다.

항체검사는 임신진단키트 같은 플라스틱 키트에 혈액 등을 떨어뜨려 몸속에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면역글로불린(Ig)G와 IgM 두 가지 지표를 주로 보는데, IgM은 몸속에 바이러스 등 항원이 있을 때 많아졌다가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줄어든다. IgG는 바이러스가 사라진 뒤에도 오랜 기간 남는다. IgM은 현재 감염된 사람을, IgG는 이미 앓고 난 사람을 확인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항체검사를 활용해 실제 코로나19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확진자를 판별하는 PCR 검사는 몸속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만 양성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항체검사는 방역당국이 코로나19를 평가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PCR 검사로 확인된 환자보다 코로나19를 앓고 지나간 환자가 많다면 방역대응 수위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사망자 수는 그대로지만 감염자가 늘면 치사율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 항체 검사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방역당국이 고민하는 것은 정확도다. 정 본부장은 “국가마다 어느 지역을 어떤 시약으로 검사했느냐에 따라 양성률 차이가 상당하다”며 “검사 정확성 등은 좀 더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검증된 외국산 진단키트를 도입하는 것도 부담이다. RT-PCR 긴급사용승인 이후 불거진 국산 진단키트 홀대 논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방역당국이 외국산 진단장비에 쓸 수 있는 키트만 긴급사용승인한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