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개국, 4500만명 '고용 보조금'으로 버티는데…

실업대란 막았지만 재정부담에 유지 고민
유럽 각국과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도입한 고용 지원 정책의 유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지만 지원책을 중단하면 수백만 명의 실직자가 쏟아질 수 있어서다. 정부 지원 없이 유지되기 어려운 ‘좀비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국에서 정부의 고용 보호 프로그램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4500만 명에 달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다.이들 정부는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업에 임금 삭감분의 60% 이상을 보조금으로 지원 중이다. 프랑스 정부도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3개월 한도로 통상임금의 84%를 지급하고 있다. 영국은 80%, 스페인은 70%를 지원한다. 이런 정책 덕분에 유럽 국가들은 실업대란을 방지할 수 있었다. 지난달 유로존의 추정 실업률은 8.2%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7.4%)보다 0.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실업률은 4.4%에서 13.3%로 8.9%포인트 급증했다. FT는 “유럽 각국에서 고용 지원 정책을 연장할지 논의 중”이라며 “유럽 내 노동조합과 기업들은 지원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용 지원 정책이 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우는 데다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독일 금융사 알리안츠는 정부 지원을 받는 유럽 내 일자리의 20%(약 900만 개)가 코로나19 사태 후에도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종의 좀비 일자리인 관광, 여행, 소매, 오락 산업이 여기 해당한다는 것이다. 카타리나 우테뫼르 알리안츠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지원을 연장하는 것은 단순히 문제 해결을 미루는 것”이라며 “지원금을 투입하기보다 근로자들이 더 좋은 일자리로 이직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낫다”고 말했다.

미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실직자에게 주당 최대 1395달러를 실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실업수당이 일해서 버는 돈보다 많아지자 ‘자발적 실업자’가 급속히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지난 13주간 신청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500만 건에 달했다. 연방정부가 주는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 지원책은 일단 다음달 31일 만료된다. 미국에선 ‘실업수당을 주당 400달러로 확 줄여야 한다’ ‘일터에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보너스를 주는 정책으로 대체해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 등의 주장이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