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경찰청장 "후배들이 자긍심 갖고 책임 수사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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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경찰관 생활 내달 마무리…"검사 지휘받는 경찰, 식민시대 조선인 같았다"
"여성 대상 성범죄, 인생 송두리째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
후임 청장에겐 "자치경찰제 도입·수사권 개혁 후속 조치 세심하게 해달라" 퇴임을 앞둔 민갑룡(55) 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된 것과 관련해 "후배 경찰관들이 자긍심을 갖고 책임수사를 구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이달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경찰은 수사 주체로서 책임성 있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명을 다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 청장은 "그동안 검사가 부당한 지휘를 해도 경찰은 영혼 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며 "(일제) 식민지배 당시 조선인은 아예 생각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처럼 자율성·책임성을 앗아간 것과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은 ▲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민 청장은 "그동안에는 경찰 수사가 잘못됐더라도 지휘한 검사가 있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이제 경찰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각오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대통령 직속 '국민을 위한 수사권 개혁 후속 추진단'은 수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담은 대통령령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다. 민 청장은 "영미법과 대륙법을 불문하고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검사의 직접 수사를 폐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민 청장은 1984년 경찰대학에 4기로 입학해 1988년 경위로 임용됐다.
일찍부터 기획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청 혁신기획단,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 등 태스크포스(TF) 부서를 거치며 승승장구해 2018년 7월 경찰청장에 취임했다. 민 청장은 "취임 이후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고민으로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천직으로 여기고 투신한 조직의 수장이 돼 국민께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 개혁과 경찰 행정의 민주화, 군사 독재 시절 인권 침해에 대한 성찰·반성,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 등을 자신의 성과로 꼽으면서 자치경찰제 도입, 정보경찰 개혁 등의 과제를 마무리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민 청장은 취임 직후 몰래카메라 불법 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대외적으로 발표한 첫 주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한 '박사방'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오히려 더 악랄해졌다.
민 청장은 "어떤 사람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한다"며 "이는 인격 살인으로, 일반 폭력 사건보다 훨씬 중대한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성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범죄라고 여기지 않던 음주운전을 이제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듯이, 성과 관련해 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해 성범죄를 심각하게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조만간 민 청장의 후임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장하연 경찰청 차장,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창룡 부산지방경찰청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민 청장은 "(후임자가) 경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바란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 도입, 수사권 개혁 후속 조치 등을 세심하게 챙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자신을 '농부의 아들'이라고 부른다.
7월 23일 임기를 마친 뒤에는 '스마트팜'(Smart Farm) 등 최신 농업기술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는 "이제 제복을 벗고 시민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는 게 실감 난다"며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늦잠 실컷 자보면서 가족과 오순도순 식사도 함께하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차분히 책도 읽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여성 대상 성범죄, 인생 송두리째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
후임 청장에겐 "자치경찰제 도입·수사권 개혁 후속 조치 세심하게 해달라" 퇴임을 앞둔 민갑룡(55) 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된 것과 관련해 "후배 경찰관들이 자긍심을 갖고 책임수사를 구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이달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경찰은 수사 주체로서 책임성 있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명을 다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 청장은 "그동안 검사가 부당한 지휘를 해도 경찰은 영혼 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며 "(일제) 식민지배 당시 조선인은 아예 생각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처럼 자율성·책임성을 앗아간 것과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은 ▲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민 청장은 "그동안에는 경찰 수사가 잘못됐더라도 지휘한 검사가 있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이제 경찰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각오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대통령 직속 '국민을 위한 수사권 개혁 후속 추진단'은 수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담은 대통령령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다. 민 청장은 "영미법과 대륙법을 불문하고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검사의 직접 수사를 폐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민 청장은 1984년 경찰대학에 4기로 입학해 1988년 경위로 임용됐다.
일찍부터 기획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청 혁신기획단,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 등 태스크포스(TF) 부서를 거치며 승승장구해 2018년 7월 경찰청장에 취임했다. 민 청장은 "취임 이후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고민으로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천직으로 여기고 투신한 조직의 수장이 돼 국민께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 개혁과 경찰 행정의 민주화, 군사 독재 시절 인권 침해에 대한 성찰·반성,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 등을 자신의 성과로 꼽으면서 자치경찰제 도입, 정보경찰 개혁 등의 과제를 마무리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민 청장은 취임 직후 몰래카메라 불법 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대외적으로 발표한 첫 주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한 '박사방'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오히려 더 악랄해졌다.
민 청장은 "어떤 사람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한다"며 "이는 인격 살인으로, 일반 폭력 사건보다 훨씬 중대한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성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범죄라고 여기지 않던 음주운전을 이제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듯이, 성과 관련해 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해 성범죄를 심각하게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조만간 민 청장의 후임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장하연 경찰청 차장,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창룡 부산지방경찰청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민 청장은 "(후임자가) 경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바란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 도입, 수사권 개혁 후속 조치 등을 세심하게 챙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자신을 '농부의 아들'이라고 부른다.
7월 23일 임기를 마친 뒤에는 '스마트팜'(Smart Farm) 등 최신 농업기술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는 "이제 제복을 벗고 시민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는 게 실감 난다"며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늦잠 실컷 자보면서 가족과 오순도순 식사도 함께하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차분히 책도 읽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