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단체, 대북전단 기습 살포…통일부 "북으로 간 것 없다"

홍천서 풍선·전단 등 발견…단체 대표 "1개 떨어진 것"
'원천 봉쇄' 경찰, 살포 지점 등 조사 중…"엄중 조처"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2일 밤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했다.이들이 살포한 대북전단 풍선 등은 23일 오전 강원 홍천에서 발견됐다.

정부는 이 단체가 살포한 전단이 북으로 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전단 살포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탈북단체 "대북전단 50만장, 1달러 지폐 2천장 등 살포"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지난 22일 오후 11∼12시 사이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북전단을 보냈다"면서 "경찰의 감시를 피해 아주 어두운 곳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나는 경찰에서 계속 추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마추어인 회원들을 교육시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면서 "수소가스 구입이 어려워지고 갖고 있던 수소가스도 다 압수당해 17배 비싼 헬륨가스를 구입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6명이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과 '진짜용 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천장, SD카드 1천개를 20개의 대형풍선에 매달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대북전단 살포 이후 박 대표는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의 부모형제들에게 진실을 전하려는 탈북자들의 편지인 대북전단이 어떻게 남북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된단 말인가"라면서 "대북전단에 독약이 묻었는가, 폭탄이 들어있는가"라고 반문했다.
◇ 70㎞ 떨어진 홍천 야산서 풍선 발견…오인신고도 잇따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공개한 사진과 같은 현수막이 달린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 1개가 23일 오전 10시께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풍선은 공기가 채워진 채 막대풍선 모양으로 세로로 펼쳐진 상태로 하천 인근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대북전단 등이 담긴 비닐봉지도 그대로 함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관계자는 "대북전단 살포용으로 추정되는 비닐 풍선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했다"며 "확인 결과 지난밤 탈북민단체가 띄운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풍선이 발견된 곳은 경기 파주에서 동남쪽으로 약 70㎞ 떨어진 지점이다.

이날 홍천에서 대북풍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경기 연천과 강원 평창 등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접수됐으나 확인 결과 공사장 부직포나 전신주 등을 잘못 보고 신고한 '오인 신고'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기 가평지역에서 접수된 대북풍선 발견 신고는 최초로 대북풍선이 발견된 지점이 홍천과 가평의 경계지점이어서 동일한 건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홍천 이외 지역에서 추가로 발견된 대북전단이나 풍선은 아직 없다.
◇ 통일부 "북으로 날아간 것 없어"…경찰, 살포지점 수색
정부는 대북전단이 실제로 북한으로 날아갔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측이 구매한 준비물자 내역과 22∼23일의 풍향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할 때 북측 지역으로 이동된 전단은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통일부의 이러한 주장을 "역적부의 헛소리"라고 일축하면서 "(대북전단을 실제로 살포했는지는) 내일 북한의 반응을 보면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발견된 풍선 1개 정도만 실제로 날린 것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 "(날린 것 중) 풍선 1개가 홍천에 떨어진 것이며 어떻게 100% 다 성공하느냐"면서 "풍선이 1개든 20개든 온 나라 군경이 막으려 했는데 과연 막았느냐"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날 해당 단체가 살포지점으로 주장한 현장을 조사하고 수색 작업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가 파주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실제로 살포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전단 살포 후 약 11시간 만에 70㎞나 떨어진 홍천에서 풍선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이들 단체가 주장하는 파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 전단살포 사전 차단 어려워…관계 당국 "엄정 대응 방침"
이번에 경찰의 촘촘한 감시망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에 원천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다른 회원들을 시켜 장소와 시간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몰래 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대표가 오는 25일을 전후해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접경지역에 경찰 인력을 대거 배치하고 24시간 경비체제를 가동해왔다.

대북전단을 둘러싸고 남북 긴장관계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와 경찰, 경기도는 일부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처리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찰과 군 관계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진위 및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도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통일부는 "정부가 대북전단 및 물품 살포 금지 방침을 밝히고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전단·물품을 북한에 살포하려고 시도한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경찰 등 유관기관이 협력해 박 대표와 관련자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살포하는 것은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주민들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이에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기존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4개 대북전단 살포단체를 사기, 자금유용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