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맞은' 이재용 "자칫하면 도태"…생활가전사업 점검

"경영환경이 우리 한계 시험"
"우리가 먼저 미래 도착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23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냉장고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사흘 앞둔 23일 수원에 있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가전부문(CE)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현장 경영은 지난 9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가진 세 번째 공개 행보다.삼성전자에 따르면 52번째 생일을 맞은 이 부회장은 이날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제품 개발 현황,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온라인 사업 강화 및 중장기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현석 CE부문장(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 강봉구 한국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신 가전제품들이 있는 전시장을 찾아 AI와 IoT 등을 활용한 새로운 기능을 직접 체험했다. 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새로운 삶의 변화에 대응한 신제품 도입 계획에 대해서도 경영진과 대화를 나눴다.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될 수 있으니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광주사업장을 방문해 생활가전 생산공장과 금형센터 등을 둘러보고 가전사업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에는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고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든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통합 슬로건을 적용했다. 소비자들의 취향과 삶을 반영한 가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검찰 수사심의위를 앞둔 이 부회장은 최근 잇따라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반도체 및 스마트폰 부문 사장단과 릴레이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19일에는 경기도 화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현재는)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 시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주는 이 부회장에게 운명의 한 주다. 대검찰청 산하 수사심의위는 오는 26일 현안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심의 기일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 등의 기소 여부를 과반수 표결로 결정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다만 수사심의위 의견은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검찰이 이 의견을 따르지 않고 이 부회장을 기소해 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